세계의 그린은 유럽으로 기운다… 랭킹 4위까지 유럽선수, 톱10에 6명 올라

입력 2011-02-28 18:11


‘세계 골프는 이제 유럽 세상.’

유럽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골프계를 호령하고 있다. 영원한 1인자로 군림할 것 같았던 타이거 우즈가 ‘골프황제’의 위용을 잃어가면서 미국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리츠칼튼골프장(파72)에서 막을 내린 ‘별들의 전쟁’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중 첫 번째 대회인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미국에서 열렸지만 이번 대회는 유럽 선수들의 잔치로 끝났다. 3년 연속 유럽 선수끼리 대결한 이날 결승전은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마르틴 카이머(독일)를 2홀을 남기고 3홀을 앞서 정상에 올랐다. 미국 선수들은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들러리 신세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대회 결과를 반영해 이날 발표된 세계 골프랭킹에서도 유럽 선수들은 1∼4위까지 모두 휩쓸었다.

카이머는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해 11월 우즈의 독주를 281주 만에 끝낸 웨스트우드는 17주 만에 다시 카이머에게 ‘넘버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3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도널드가 차지했고, 4위는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에게 돌아갔다.

유럽 선수들이 세계랭킹 1위부터 4위까지 휩쓴 것은 19년 만이다. 1992년 3월15일에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이안 우스남(웨일스), 닉 팔도(잉글랜드),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세베 바예스테로스(이상 스페인)가 차례로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한 적이 있다.

1997년 21세로 1위에 오른 우즈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넘버원’이 된 카이머(26)는 “이 모든 것이 유럽 골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유럽출신 선수들이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을 앞섰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선수들의 랭킹은 참담하다.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회전에서 탈락한 우즈는 3위에서 5위로 떨어졌고, 미켈슨은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우즈가 5위까지 밀려난 것은 1997년 5월 초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골프 전문가들은 우즈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고, 미켈슨도 이렇다할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카이머와 웨스트우드로 대표되는 유럽 선수들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