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입만 열면 ‘들썩’ … ‘박근혜 테마주’ 이대로 괜찮을까

입력 2011-02-27 21:55


지난해 12월 말부터 최근까지 두 달여간 박근혜(59)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를 따라 이상 급등한 코스닥 종목이 18개(중복 제외시 15개)에 이르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본보가 한국거래소에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25일까지 현저한 주가 급등으로 인한 조회공시 요구 종목을 요청해 확인한 결과, 총 36개 가운데 절반인 18개가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됐다.

거래소 공시총괄팀에 따르면 ‘박근혜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상장회사 모두 조회공시 요구에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박근혜 테마주’란 꼬리표만 달고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치솟았단 얘기다.

사실 정치인 테마주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보통 대통령 선거 직전이나 집권 후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직전 대운하 공약을 내놓으면서 4대강주가 들썩이더니 집권 후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박근혜 테마주는 대선을 1년 이상 앞두고 있는 데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수십 개 종목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지난 두 달여간 이상 급등한 박근혜 테마주 18개는 크게 ‘저출산’ ‘노인복지’ ‘물’ ‘세종시(또는 과학벨트)’ 테마주 등으로 분류된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의 정책 수혜주가 대부분이다.

가장 먼저 형성된 저출산 테마주는 박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사회보장 대상에 출산과 양육을 추가하자는 ‘한국형 생활복지’ 정책 구상을 밝히면서 나왔다. 육아용품 전문업체 보령메디앙스는 다음날(2395원)부터 올 들어 1월 15일(1만450원)까지 336% 폭등했고, 아가방컴퍼니도 올해 174% 올랐다. 거래소는 한두 차례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했으나 급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령은 25일 현재 8310원으로, 아가방은 9060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달 들어선 물, 세종시 테마주 등 11개가 이상 급등으로 조회공시 목록에 무더기로 올랐다. 지난 10일 박 전 대표가 세계 물포럼 유치 토론회에 참석해 “물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마디 하자 물처리 전문업체 젠트로와 환경생태복원기업 자연과환경 등이 14~15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16일엔 국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재검토하면 그 책임도 대통령이 지시겠다는 것 아니냐”고 운을 떼자, 이튿날 세종시 테마주가 들썩였다. 상한가를 친 영보화학, 프럼파스트 등은 세종시 인근에 공장과 토지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정책 수혜주가 잇따라 뜨면서 최근에는 박 전 대표의 친인척이나 관련 인사가 연관된 상장회사 주가도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능률교육은 최대주주가 박 전 대표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인맥 수혜주’로 떠오르며 지난 16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박근혜 테마주 현상을 ‘단기적인 머니게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정근해 스몰캡 팀장은 “시중에 유동성은 많은데 특별한 이슈가 없다 보니 작전 등 단기세력이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종목을 박근혜 테마주로 엮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관련 종목이 한꺼번에 급등하는 건 비이성적인 주가 흐름”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최욱 시장감시부장도 “과거 사례를 보면 테마주의 상당수가 불공정거래와 연루된 경우가 많고,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 곧바로 주가 급락으로 이어져 일반 투자자 피해가 컸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