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통 큰 양보 리더십 시험대에… ‘4·27 재보선’ 김해을·강원 올인

입력 2011-02-28 00:24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강원도와 인연이 많다. 대학시절 첫 여행지가 치악산이었고, 학생운동을 하다 유신정권의 눈을 피해 숨은 곳도, 2008년 총선 패배 후 2년간 칩거한 곳도 강원도였다. 이번에는 강원도가 4·27 재·보궐 선거 최대 격전지가 돼 대권을 꿈꾸는 손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됐다.

손 대표는 전남 순천, 경기도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이상 국회의원)과 강원도지사 선거 가운데 야권연대를 위해 순천을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양보한 상태다. 여기에 분당을이 한나라당의 오랜 텃밭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손 대표로서는 강원지사와 김해을 선거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27일 “강원지사와 김해을 선거 모두 손 대표에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개인적 인연 등을 볼 때 손 대표가 강원도에 좀 더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강원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재·보선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손 대표는 지난 16~18일 강원도에서 제설작업을 벌인 데 이어 이번주 희망대장정 차원에서 다시 이 지역을 찾을 예정이다.

그러나 자체 여론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최문순 의원이나 조일현 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예비 후보들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한 자릿수 이상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해을은 전국 정당으로 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지만 국민참여당과의 야권연대 문제가 풀리지 않았고, 출마설이 나도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맞설 대항마가 마땅치 않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손 대표에게 주어진 ‘성공적 야권연대’와 ‘정권 심판론을 통한 대안세력 정착’이라는 양대 과제가 녹록지 않은 셈이다. 손 대표 측이 벌써부터 “강원도와 김해을은 여당 성향이 강한 곳으로 이기든 지든 손 대표의 리더십이나 당 운영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재·보선 승패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손 대표가 호남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순천을 양보한 마당에 두 선거에서마저 패할 경우 그의 당내 입지는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내부 경쟁자들이 “텃밭만 내주고 얻은 게 없다”며 공세를 퍼붓는 것은 물론 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밤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강원도와 김해을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키로 가닥을 잡았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