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친정부 민간인들에게 총기 지급… 카다피 반격 안간힘

입력 2011-02-28 01:41


트리폴리, 친-반정부 세력 극한 대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다시 반격에 나섰다. 이에 맞서 반정부 세력이 수도 트리폴리 진입을 예고하고 있어 양측 간 전면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다피의 반격=카다피 정권은 26일(현지시간) 트리폴리에 있는 민간인 지지자들에게 총기를 지급하기 시작했고, 시내 검문소 인력을 2배로 증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자동화기로 무장하고 녹색 완장을 두른 민병대를 태운 트럭들이 트리폴리 거리 곳곳을 순찰했다. 심지어 10대 청소년들도 포함됐다. 녹색광장도 민병대가 접수했다. 트리폴리 전체가 ‘카다피 요새’로 변해가는 분위기다.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에선 군부대가 어린 아이에게도 총을 지급했다는 소문이 있다.

카다피 친위대 소속 탱크부대는 반정부 시위대 수중에 있던 리비아 제3의 도시 미수라타의 공군기지를 기습 공격해 이날 새벽 기지 상당 부분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3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 정권은 동부 벵가지에 대한 전력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발전소 폭격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는 대규모 시위가 끝난 25일 저녁 녹색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요새 ‘레드캐슬’에 리비아 국기를 흔들며 나타났다. 그는 겨울 재킷에 귀를 덮는 사냥꾼 모자를 쓴 채 수천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국가를 수호하고 시위대에 복수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지자들과 입을 맞추는가 하면 주먹을 불끈 쥐는 등 자신감을 과시했다.

최근 반정부 세력에 합류한 아흐메드 가트라니 준장은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정규군 일부와 저항 세력으로 구성된 소규모 병력이 트리폴리 교외에 이미 도착했다”며 “시위대 지원을 위해 반정부 세력의 트리폴리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또 반정부 세력은 트리폴리 인근 자위야의 정유시설 단지에서 친위대와 교전을 벌여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끝에 이 지역을 확보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망자 수 은폐 의혹=친정부 세력이 트리폴리에서의 사망자 수를 감추기 위해 병원으로 실려 온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겨 태워 버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 트리폴리 주민은 “의사인 자신의 친구가 병원 시체안치소에서 시신들을 치우는 걸 봤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부상자들도 모처로 이송됐다는 후문이다.

트리폴리는 사실상 도시 기능을 상실했다. 상가 대부분이 철시했고, 시민들은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카다피 일가의 자산이 최대 1500억 달러(약 1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독일 dpa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이에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으로 빼돌린 비밀 자금은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