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카다피 이후 시나리오… 지중해의 소말리아? 2∼3개로 쪼개진다?

입력 2011-02-27 21:35

‘포스트 카다피’의 리비아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카다피 퇴진이 리비아의 평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3개로 분열되나=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5일(현지시간) 리비아가 ‘지중해의 소말리아’가 되거나 2∼3개 국가로 쪼개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다트머스대학 더크 반데왈레 교수는 “정부군과 반정부군 어느 누가 이겨도 유혈 복수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소말리아처럼 끝없는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 친위대와 반정부 세력 중 어느 쪽도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해 휴전과 협상을 거쳐 나라가 동서로 분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리비아의 식민지 역사와 문화, 지역 갈등은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리비아는 1910∼1930년대 이탈리아 식민지 시절 서부 트리폴리타니아, 동부 시레나이카, 남서부 페잔 등으로 3등분돼 있었다. 1969년 카다피의 쿠데타 이후엔 과거 왕정지지 세력이 있던 동부는 심하게 차별받았다. 카다피 집권기간 소외됐던,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가 이번 반정부 시위 구심점이 된 건 역사적으로 당연하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학 리사 안데스 학장은 “리비아 동부 지역 사람들은 20세기 내내 독립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왔다”고 말했다.

◇동서 분할로 가는 조짐들=현 상황도 리비아가 휴전과 협상을 거치면서 동서로 분할되는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26일 벵가지를 기반으로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 중심의 과도정부 구성을 발표했다. 3개월 후 선거를 치를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공개했다. 또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내전 가능성을 재차 경고하면서 반정부 시위대에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서부를 장악한 정부군과 동부 벵가지를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의 휴전과 협상이 있을 경우 2개 국가로 쪼개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안데스 학장은 “다만 인구 700만 소국에서 국가가 갈라지는 게 현실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마르 아슈르 영국 엑서터대학 교수도 BBC 방송에 낸 기고문에서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동부에서 여러 부족이 함께 자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부족 간 갈등이 기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