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지 팔아 상복 사입고 3000여명 앞에서 “대한독립”… 선봉에 선 통영기생

입력 2011-02-27 18:57


3·1절을 앞두고 일제 시대 경남 통영지역 기생들이 금반지를 팔고 상복을 입은 채 ‘대한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한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27일 통영시 향토역사관과 국가기록원 등에 따르면 1919년 통영지역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보안법 위반)로 기생 정모(21·여)씨와 이모(20·여)씨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통영지원 조선총독부 판사 명의의 1919년 4월 18일자 판결문에는 “정씨와 이씨가 1919년 4월 2일 오전 10시쯤 통영면 기생조합소에서 다른 기생 5명을 불러 모아 만세운동 참여를 위해 ‘기생단’을 조직했다”고 적혀 있다. 또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금반지를 저당 잡힌 돈으로 상주용 머리핀과 짚신을 구입해 다른 기생에게 나눠준 뒤 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같은 날 오후 3시30분쯤 통영군 내 시장으로 갔다. 정씨와 이씨는 경찰관의 제지에 따르지 않고 선두에서 수천 명의 군중과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군중과 함께 시위운동을 벌였다”고 나타나 있다.

시장으로 향하는 길에 이들 7명을 선두로 33명의 기생이 뒤따랐고 당시 통영경찰서 앞에서 3000여명의 군중이 합세해 만세운동을 벌인 것으로 기록됐다.

특히 이들은 판사와의 대화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통영시사편찬위원회가 펴낸 통영시지에는 법정에 선 이씨가 “나는 여성으로서 본부(本夫)와 간부(姦夫)가 있는데 어느 남편을 받들어 섬겨야 여자의 도리에 합당하겠습니까”라고 묻자 조선총독부 판사가 “물론 본부를 섬겨야지”라고 대답하고, 이에 이씨는 “우리가 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여자가 본부를 찾아 섬기려는 것이오”라고 강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통영=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