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한분 하늘로… 눈물 마를 날 없어요” 8년째 위안부 할머니 보살피는 손영미씨

입력 2011-02-27 18:5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손영미(51·여)씨는 가슴에 새로운 피멍이 맺혔다.

지난해 12월 31일 별세한 정윤홍(향년 90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 손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할머니는 “우리 딸 주려고 김치 담가 놨는데, 언제 올텨?”라고 물었고 손씨는 “다음 달에 바로 찾아뵐게요”라고 답했다. 이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손씨는 27일 “할머니들의 별세는 친어머니를 잃는 듯한 고통”이라며 “그때 바로 찾아뵀어야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손씨는 서울 충정로 3가에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쉼터 ‘우리집’에서 혼자 일하고 있다. ‘우리집’은 혼자 살아가기 어려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기 위해 2003년 11월 마련됐다. 지금은 이순덕(94), 김복동(86), 길원옥(84) 할머니 세 분이 생활하고 있다.

손씨는 2004년 5월 ‘우리집’에 들어왔으니 벌써 6년 9개월째다. 손씨는 최근 별세한 정 할머니처럼 ‘우리집’에서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이주한 할머니들도 자주 찾아가 만난다.

“사진엔 웃고 계시지만 지금은 이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많아요.”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할머니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손씨가 한 말이다. 사진 속에는 지난해 12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심달연(향년 83세) 할머니도 웃고 있었다.

지난 3일 박분이 할머니(향년 91세)가 노환으로 별세하는 등 올해에만 벌써 5명의 할머니가 저세상으로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도 75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손씨는 할머니들의 건강에 가장 신경을 쓴다. 손씨는 “밤에 잠을 잘 때도 항상 귀는 열어놓아야 해요. 옆방에서 작은 신음소리라도 들리면 당장 뛰어나가야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같이 사는 이 할머니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을 찾고, 김 할머니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손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청춘을 빼앗겼어요.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도 받지 못한 채 평생의 한을 가슴에 묻고 떠나는 것이 가장 안타까워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손씨는 이어 “아픈 역사의 산증인들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슬픔”이라며 “정부는 남은 할머니 75명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해요”라고 당부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