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리화 2차집회] 온·오프라인 원천봉쇄… 오후 2시, 중국은 잠잠했다
입력 2011-02-27 21:31
불발된 시위 이모저모
‘중국판 모리화(茉莉花·재스민) 혁명’을 위한 27일 2차 집회는 중국 당국의 철통같은 경비로 사실상 원천봉쇄됐다.
미국의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중국어 인터넷 사이트 보쉰(博迅)에 ‘모리화 혁명’ 제2차 집회를 이날 오후 2시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중국 전역 27개 도시에서 개최하자는 글이 게시돼 중국 전역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공안 당국은 모든 공권력을 동원, 이날 아침부터 하루 종일 집회 예정 장소들을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집회 자체를 무산시켰다.
◇공안이 점령한 집회 예정 장소=이날 오후 2시 집회 예정 장소 중 하나로 지정된 베이징의 대표적 번화가 왕푸징(王府井) KFC 매장 앞. 수백명의 인파가 있었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공안들이었다. 제복을 입고 무전기를 휴대한 공안, 이어폰을 낀 사복공안, ‘자치 지원자’라는 빨간 완장을 찬 사실상의 공안 등. KFC 매장 2층 실내에도 사복 공안들이 거리를 내다볼 수 있는 창문 쪽을 모두 차지하고 앉아 물샐 틈 없이 감시했다. KFC 주변 도로엔 대테러 특수기동대(SWAT) 요원들도 눈에 띄었고, 경찰견까지 가끔 거리를 활보해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건물 앞 공간엔 대형 위생차량이 배치돼 시민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봉쇄됐다. 지난 20일 1차 집회가 있었던 인근 맥도날드 매장 앞 광장도 ‘공사 중’이라는 글과 함께 공사용 천막이 처져 있어 시민들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주변의 모든 골목에도 공안차량들이 대거 배치된 채 차량 통제가 이뤄졌고, 행인들은 검문검색을 받아야만 했다.
이 같은 철통 봉쇄 탓인지 오후 2시가 지났지만 어떤 집회 움직임도 없었다. 상하이 인민광장(人民廣場) 평화극장 앞을 비롯해 광저우(廣州) 톈진(天津) 시안(西安) 청두(成都) 등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대적인 인권운동가 탄압과 인터넷 및 언론 통제=공안 당국은 인권운동가 및 블로거 등에 대한 체포 및 격리, 출국금지, 출판행사 금지 등 다각적인 탄압도 병행했다. 지난 20일 ‘모리화 혁명’ 1차 집회에 참가하려다 괴한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고 입원했던 광둥(廣東)성 인권 변호사 류스후이(劉士輝)는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2차 집회를 하루 앞둔 26일 공안에 연행됐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현재 텅뱌오(騰彪) 장톈융(江天勇) 쉬즈융(許志永) 변호사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 및 인권운동가 70∼80명이 가택연금 또는 격리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베이징시 공안국은 26일 베이징 주재 외신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취재할 때 중국의 법규를 지켜주기 바란다”며 집회 취재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포함한 서방 취재진이 KFC 매장 근처로 몰리자 공안들이 귀가를 종용했고, 카메라 등으로 거리 상황을 촬영하던 일부 취재진은 연행돼 조사받기도 했다.
궈진룽(郭金龍) 베이징 시장은 “공공안전에 심각한 상황”이라며 긴급 대응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바이두 등 중국 내 포털 사이트에서 ‘모리화’ 등 집회 관련 단어를 검색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인터넷에 대해서도 철저히 통제했다. 보쉰 측은 “지난 19일 이후 인터넷이 공격을 당해 거의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앞으로 ‘중국판 모리화 집회’ 관련 글을 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