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분석] 8개大 4년째 그대로… “동결 대학들, 이미 올릴 만큼 올렸다”
입력 2011-02-27 18:46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들은 인상하지 않아도 될 만큼 등록금 수준이 이미 높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결 대학은 가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용단을 내렸다는 식이지만 실제는 재정적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책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눈치를 본 결과라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본보가 대학 등록금을 조사한 2008학년도 이후 등록금을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은 대학은 이화여대 숙명여대 광운대 수원대 가톨릭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한경대 등 8개교였다.
금액 기준으로 4년째 2위인 이화여대(759만9000원)는 지난해 3위 숙명여대(735만3000원)와 24만2000원 차이였다. 2위와 3위의 등록금 격차는 올해 2.9% 인상으로 3위에 오른 안양대(749만7000원)와 이화여대의 격차 10만2000원으로 절반 이상 좁혀졌다. 3∼4위 간격은 지난해 2만7000원에서 올해 1만5000원으로 더 근접했다.
숙명여대는 올해 9위로 급강하했다. 지난해 3위 수준이던 등록금 액수가 올해는 9위에 그칠 정도로 등록금 상위권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금액 간격은 좁아졌다는 뜻이다.
숙명여대 삼육대 아주대는 올해 등록금 동결로 금액 순위가 뒤로 밀렸으나 지난해 상위 3∼5위를 차례로 차지했던 학교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할 여력이 있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각 대학이 앞 다퉈 등록금을 올리는 상황에서 이들 대학도 내년부터 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본다.
2008, 2009년 11개교였던 인문사회계열 등록금 700만원 이상 학교는 지난해 16개교, 올해 20개교로 늘었다. 41개교의 올해 인문사회 등록금 평균은 688만3000원으로 3년 전보다 27만5000원 올랐다.
안양대는 41개교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등록금을 올린 학교로 최근 3년간 인상률이 가장 높은 12.7%를 기록했다. 인문사회 등록금이 2008년 665만2000원에서 올해 749만7000원으로 84만5000원 올라 증가액도 최대였다. 이 기간 인문사회 등록금이 62만원 오른 경기대는 10.09%로 2위를 차지했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교원 확충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물가 인상으로 인한 고정비용 증가 등을 인상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3.3%에 이어 올해 2.9%를 인상한 서강대는 “매년 20∼30명씩 교수를 충원하고 있다”며 “교수 연봉이 매해 20억∼30억원씩 증가해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당초 4.9% 인상키로 했던 동국대는 최근 비판 여론을 못 이기고 2.8%로 내려 “지난 2년간 동결로 적립금을 모두 소진해 4.9% 인상으로는 교원 확충 비용밖에 충당하지 못 한다”던 설명을 무색하게 했다.
이화여대 등 등록금 동결 대학들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지만 학생·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결 결정을 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교육 여건으로 볼 때 그간의 등록금 수준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고 등록금 인상액보다 많은 금액을 학교 차원에서 투자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인상과 동결의 시비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며 “국책 사업이나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실질적 혜택을 받는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상하고 싶어도 정부 눈치를 안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욱 임세정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