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리화 2차집회] 시위세력, 집회 장소 기습변경 했지만 ‘역부족’
입력 2011-02-27 21:31
1차-2차 집회 차이점
‘중국판 모리화(茉莉花·재스민) 혁명’을 위한 2차 집회 움직임과 대응 방안은 지난 1차 집회 때와는 상당히 달랐다.
중국 당국은 우선 철저한 봉쇄작전으로 일체의 집회 움직임을 사전 차단했다. 지난 20일 1차 집회 때 다소 안이한 대처로 사태가 확산됐던 걸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엔 아예 집회 현장을 원천봉쇄하고, 인권운동가와 유명 블로거를 사전 격리 조치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1차 집회 당시엔 미국의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중국어 인터넷 사이트 보쉰(博迅)에 13개 도시에서 집회를 갖자는 글이 3~4일 전부터 올라왔다. 하지만 현장에 공안들을 배치했을 뿐 특별한 사전 조치는 취하지 않았었다. 결과적으로 수도 베이징의 최대 중심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의 맥도날드 매장 앞과 최대 상업도시인 상하이 한복판에서 소규모이지만 기습집회가 벌어졌다. 이번 2차 집회를 앞두고는 공안인력이 총 동원돼 현장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보쉰 등 인터넷 인권 사이트에서의 사전 활동은 1차 때보다 더 활발해졌다. 보쉰은 27일 2차 집회 장소는 당초 18곳에서 23곳, 다시 27곳으로 늘렸다. 집회가 임박해선 일부 지역과 집회장소가 변경되는 등 공안당국과 숨바꼭질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홍콩 언론을 중심으로 계속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집회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민주화 집회의 필요성 등에 대한 홍보효과는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보쉰에 앞으로 매주 일요일 ‘모리화 혁명’을 위한 집회를 갖자는 제안이 제기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집회를 위한 선동구호도 차이가 있었다. 1차 때는 ‘우리는 먹을 것을 원한다’ ‘우리는 집을 원한다’ 등 강경하고 직접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2차 집회를 앞두고는 지나치게 강경한 구호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선지 ‘미소로 민주를 맞이하자’ ‘산보하며 자유를 쟁취하자’ 등 다소 여유 있는 구호로 바뀌었다.
1차 때와 달리 이번 집회 땐 외신에 대한 압박도 강화됐다. 베이징 공안 당국은 외신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취재 방식을 알리고, 집회 현장에선 일부 기자들을 제재하기도 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