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급변사태 발생시 통일비용 2525조원”… 정부여당, 3대 시나리오별 통일 비용 추산
입력 2011-02-28 08:22
정부여당이 급진형, 점진형, 혼합형으로 나눠 통일 시나리오를 세우고 이에 따른 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구체적인 통일 대비 전략을 수립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통일세 문제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본보가 27일 입수한 한나라당 통일정책 태스크포스(TF) 보고서에 따르면 급진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유고나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등 영향을 받아 북한에서 민중 폭동이 발생, 1년 정도 단기간에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다. 대량살상무기 유출, 대규모 난민 관리 등 막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해 연평균 720억 달러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 1인당 518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액수로, 통일 체제가 안정될 때까지 향후 30년간 2조1400억 달러(2525조원·환율 1180원 적용)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점진형 통일은 북한 지도부가 개혁·개방 노선을 표명하고 전향적인 대외 관계를 추진하며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돼 일정 기간 체제를 유지하다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다. 3대 세습정권 또는 김정은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집단지도체제가 국제사회의 지원 하에 점진적으로 자립도를 높여가며 높은 경제성장률과 투자율을 지속한다고 가정, 통일까지 1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연평균 재정 부담은 100억 달러로 30년간 총 3220억 달러(380조원)가 들어가며 국민 1인당 부담액은 779만원 수준이다.
혼합형은 북한이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혼합 체제로 가서 고착이 장기화하는 경우다. 보고서는 “북한의 자본주의 체제 편입을 바라지 않는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이 경우 통일까지는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초기 위기관리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또 한반도 평화 정착에 따른 불투명성이 제거돼 국제자본 유입이 가속화됨에 따라 현행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하면서 남한 예산의 3%(10조원 내외=8억8600만 달러) 선에서 투자하면 통일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10월 발족한 TF에는 위원장을 맡은 황진하 의원과 외교통상위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 11명, 정부 측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엄종식 통일부 차관 등이 참여해 왔다. 이 보고서는 TF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이 대표 집필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가 집필한 별도 보고서는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 재정 외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 민간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목적세 신설 외에 국채를 발행하거나 공공기관 매각 자금 등을 적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TF는 28일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