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더 비싼 난방연료 쓴다… 저소득층 사용 등유 가격 도시가스보다 3.5배 비싸

입력 2011-02-27 19:24


가난한 계층이 더 비싼 난방연료를 쓰고 있어 에너지 빈곤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추장민 연구위원은 월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 중 상대적으로 비싼 등유를 이용하는 가구 비율이 25%로 전체 평균의 약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7일 밝혔다.

추 연구위원이 지식경제부 자료를 분석한 ‘저소득계층의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실내등유는 난방용으로 쓸 때 단위열량(㎉)당 가격이 122.1원으로 도시가스의 34.8원보다 3.5배나 더 비싸다. 반면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도시가스(36.0%)와 지역난방(25.7%)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지역난방 사용비율은 전체 가구 평균의 3.7배였다.

이에 따라 가난한 계층일수록 혹한기를 버텨내기 힘들 뿐더러 난방을 할수록 빈부격차가 더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2004∼2008년 통계청 소득 10분위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에 따르면 전체 평균 경상소득에서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9∼3.2%인 반면 가장 가난한 소득 1분위 계층의 경우 그 비율이 12.4∼13.7%에 이른다. 2분위 계층은 6.5∼7.0%, 3분위는 4.9∼5.4%였다. 가장 부유한 소득 10분위 계층은 1.4∼1.7%였다. 가장 가난한 소득 1분위 계층이 에너지 소비에 쓰는 비용의 비율은 가장 부유한 10분위 계층보다 10배 이상 많은 셈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당국은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에 원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요금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추 위원은 “저소득층은 유가 변동에 취약한 데다 원가주의 요금체계 도입에 따라 전기 난방비마저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에너지 빈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지원되는 최저생계비에 포함된 광열비 항목이 있다. 그러나 2008년 광열비는 최저생계비 126만5000원의 5.4%인 6만8000원에 불과했다. 이는 도시가스 보급지역 이외의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겨울철 개별난방비용 15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추 위원은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값싸고 깨끗한 도시가스를 공급하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매우 미흡하다”이라고 말했다.

추 위원은 “혹한, 혹서, 수해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저소득계층은 적응능력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면서 “취약계층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담당 기관의 역할을 분담해 정책적 지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