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국내 경제 파급력은… 高유가에 물가·국제수지도 비상
입력 2011-02-27 18:30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의 정정불안이 확산되면서 올해 ‘5% 성장, 3% 물가’를 목표로 내건 우리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리비아 사태가 장기독재와 고실업·고물가를 겪고 있는 인근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가상승이나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등에 긴밀히 대응할 방침이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익스포저(대출 등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금액)는 59억 달러로 전체 익스포저(570억9000만 달러)의 10.3%다. 그러나 원유 수출을 바탕으로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16억5000만 달러) 이란(11억6000만 달러) 카타르(10억5000만 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UAE·8억1000만 달러) 등 주요 산유국에 대한 익스포저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문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부터 수입한 원유 비중은 82.4%에 달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가뜩이나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와 국제수지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는 5%선을 넘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물가에 악재다. 환율과 국제유가가 각각 10% 오를 때 소비자물가 상승효과는 0.80% 포인트, 0.20% 포인트에 이른다는 게 한국은행 분석이다. 원자재와 곡물가격, 유가상승 여파로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억3000만 달러로 11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중동·아프리카 수출액은 284억 달러(전체의 6.1%), 수입은 808억 달러(전체의 19.0%)로 중동 사태가 확산될 경우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주력시장으로 사태 장기화시 공사 진행 차질과 신규 수주 감소가 우려된다.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건설수주 실적은 473억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65.9%를 차지했다. 현재 반정부 시위가 거센 리비아 예멘 이란 모로코 바레인 등 5개국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국내 업체는 37개사, 공사잔액은 73억 달러에 달한다.
재정부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가 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유류세 인하나 서민층 에너지 보조 등 민생 안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