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울 불바다” 잇단 강경 발언 왜… 대화 전략 안먹히자 공세 “군사도발 명분쌓기” 분석

입력 2011-02-27 21:42

북한이 27일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우리군의 대북심리전을 빌미로 협박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것은 당분간 남북관계를 ‘갈등 국면’으로 끌어가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올 들어 북한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대화 공세가 먹혀들지 않자 위협을 통해 남쪽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은 잇단 강성 발언을 군사적 행동을 위한 명분 쌓기로 해석하고 있다. 군 당국이 북한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이 실시되는 3월과 4월에 도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은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방어전 성격의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이 있을 때마다 북한 침략을 위한 공격훈련이라며 비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 불바다전과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거론하는 등 예년보다 강한 톤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그만큼 북한의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최근 강화되고 있는 우리군의 대북심리전에 맞서 발원지 조준격파사격 의지를 원색적으로 표출한 것도 같은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북한 전역에 살포되는 전단에는 김정일 체제를 직접 겨냥하거나 중동지역 민주화 시위를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되고, 생필품을 함께 보내는 등 군의 심리전 전략이 보다 더 정교해지고 있는 것도 북한 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심리전에 ‘자위권 수호의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북한은 심리전 자체를 체제붕괴 의도행위로 판단해 자위권 수호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북한의 특이동향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지난해 11월 연평도 도발 때처럼 서해지역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또 전단을 살포하는 우리 지역에 장사정포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전면 도발보다는 국지적 총격을 비롯해 우리 측에 심리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 ‘저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북한이 심리전 보복과 관련해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통지문을 보낸 것에 유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5월 우리 정부의 심리전 재개 발표가 나온 뒤 북한은 인민군 전선중부지구 사령관 명의로 공개 경고를 했다. 남북장성급회담 단장 명의로 한 것은 최근 결렬된 남북군사회담과 관련, 북한이 여전히 대화를 바라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