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료봉사-국민일보·굿피플 주최] 통역 동반한 친절한 진료에 ‘웃음꽃’

입력 2011-02-27 20:08


선한봉사센터·송파구 의사회 등

다문화 가정 주민 120여명 진료


보건소와 별개로 중증 장애인을 집중 관리하는 서울 거여동 송파구 보건지소가 26일 다문화 가정 주민을 진료하는 일일 종합병원으로 변했다. 내과 소아과 등 12개 진료과와 약국, 골밀도 초음파 등 7개 검사·처치실이 건물 각 층과 의료지원 버스에 차려졌다. 의사 15명, 약사 4명, 임상병리사 2명 등의료진 28명이 다문화 가정 120여명을 무료 진료했다.

의료봉사 단체 선한봉사센터와 송파구 의사회가 주관하고 자원봉사 단체 굿피플, 송파구 안경사회 등 9개 단체가 동참했다. 선한봉사센터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각지를 돌며 봉사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주민은 접수창구가 마련된 1층 로비에서 혈압을 재고 예진을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생 딸(10)과 함께 온 필리핀 여성 제슬린 루시오노(51)씨는 몸 상태를 한국말로 설명하는 데 서툴렀다. 접수를 맡은 최경숙 선한봉사센터 의료봉사단장은 “Can you speak English(영어 할 줄 아세요)?”라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루시오노씨는 영어로 “가슴과 치아에 통증이 있다”고 말했다.

접수를 마친 주민은 담당 의사와 상담하고 처방전을 받아 2층 약국에서 약을 탔다. 굿피플 청소년단원 29명과 교사 9명 등 32명이 안내를 맡았다. 2층 안내를 맡은 서울여고 3학년 조진서(17)양은 “국내에서 진료받는 게 쉽지 않은 분들을 도울 수 있어 뜻 깊다”고 말했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이 모국인 외국인 10여명도 같은 나라 출신 주민과 모국어로 대화하며 진료를 도왔다. 2007년 10월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누엔티튀장(22)씨는 “보건소 통역요원으로 일하다 이런 봉사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동참했다”고 말했다.

검진 받으러 온 주민은 대부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으로 자녀를 대동했다. 이들로 붐비는 로비에서는 각국 언어가 뒤섞였다. 한국말이 능숙한 아이들은 금세 어울리며 장난쳤다. 여성들은 대개 처음 만난 데다 모국이 달랐지만 자녀 교육이나 모유 수유법 등에 대해 한국말로 이야기했다.

2009년 11월 지인 소개로 한국 남성과 결혼한 중국 하얼빈 출신 류리라(24)씨는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다. 재채기를 자주 한다는 류씨에게 김흥곤 의사는 “그래도 냄새를 많이 맡아서 코를 계속 써야 기능이 퇴화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