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유병규] 작은 불꽃 하나의 위력
입력 2011-02-27 17:32
작은 불꽃 하나가 온 세상에 무섭게 번져 나가고 있다. 아프리카의 소국 튀니지의 국화인 재스민으로 상징되는 ‘재스민 혁명’과 이집트의 정부 교체가 성공을 거두면서 리비아와 예멘 등에서도 민주화를 위한 유혈 충돌이 빚어지고 있으며 모로코와 가봉에 이어 중국과 북한에까지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프리카 ‘재스민 향기’가 중동의 ‘모래 폭풍’과 중국의 ‘황사 바람’을 거세게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을 넘어 아시아에까지 급속한 정치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파악된다. 첫째는 장기 독재에 대한 반발이다. 이집트 30년, 리비아 42년, 예멘 32년과 같이 평생 대통령 체제가 구축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된 것이 국민들의 자유 욕구를 키웠다. 두 번째는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민심 이탈이다. 대부분의 정정불안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낮고 실업률이 높은 상태다. 세 번째는 정보통신 기술 발달에 따른 TGiF 혁명에 의한 자발적 시민 네트워크 형성이다. 트위터(T), 구글(G), 아이폰(i), 페이스북(F)을 통한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정부 실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자발적으로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야말로 야훼의 땅 중동에서부터 공의가 하수같이 온 세계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도상국들에 민주혁명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정보가 공유되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의 필연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단기적이라도 국내외 경제 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국제유가 급등이 심히 우려된다. 지난 1970년대 1, 2차 석유위기는 모두 중동 국가들의 정치 불안으로 촉발됐다. 이미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 가격으로 환산해 보아도 지난 석유위기 당시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의 사상 최고가가 지속된다면 세계경제는 또 다시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에 빠져들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 개도국들에 몰려 왔던 선진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이들 국가의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추락하게 된다. 중국과 북한에도 갈수록 재스민 향기가 짙게 퍼지면 양국의 경제 상태 역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소규모 개방 경제로 대외 충격에 그 어떤 나라보다 취약한 한국은 빠르게 경기 회복을 이룬 만큼 또 다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먼저 원활한 원유 수입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입처를 러시아 등으로 다양화하는 한편 원유 비축 물량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다음으로는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들의 제품가 인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통과 물류 개선 그리고 다양한 원가절감 방안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추거나 인상 요인을 흡수하는 기업들에는 금융, 세제상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시장친화적이며 구조적인’ 물가안정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일시에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 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는 단기 투기자금에 대한 빈번한 유출입 규제 방안을 하루속히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투자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보다 적극적이어야 경제불안 심리를 극복하고 기업들이 계획된 투자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부 초기의 정책 과제였던 ‘기업친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온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핵심 주체는 기업인 까닭이다. 중국과 북한의 돌발사태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별 경제운영 전략과 방안도 정부 어느 한 곳에서는 이미 구상에 들어가 있으리라 믿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