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에 ‘왜’가 왜 필요해 아미시 신도들의 소중한 가치를 배운다…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
입력 2011-02-27 22:01
이문원 극단 C바이러스 대표-이현정 연출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는 용서에 관한 이야기다.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작은 마을 니켈 마인스에서 한 남자가 초등학교에 난입해 10명의 아이들을 총으로 쏘고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18세기 복식과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사는, 보수 기독교 교차 중 하나인 아미시(Amish) 신도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사건은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그의 장례식을 찾아가고 유가족을 위로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복수 코드가 난무하는 오늘날 한국 문화의 흐름에서 무조건적인 용서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을 선보이는 이현정(44·단국대 공연영화학부 교수) 연출과 이문원(47·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 극단 C바이러스 대표를 최근 강북제일교회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아미시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영화 ‘악마를 보았다’처럼 복수가 난무하는 분위기에서 용서, 사랑이라는 말이 부끄러워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말들이 상투적이고 진부한 어구가 아니라 예술적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걸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미시 프로젝트’는 당시 사건을 바탕으로 7명의 가상 인물을 세워 아미시 신도들이 보여준 연민과 용서를 보여준다. 제시카 딕키가 쓴 원작에서는 한 명이 7개 배역을 소화하는 모노드라마였지만 이번에는 7명이 각각 배역을 나눠 맡는다.
작품은 아미시 신도들이 용서하는 과정을 이성적으로 그리진 않는다. 이 연출은 “현대인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갈등을 한다. 그래서 이해를 배제한 용서가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아미시인을 연구하는 학자가 ‘왜 그걸 용서하고, 어떻게 자기 애를 죽인 사람의 장례식에 갈 수 있으며, 살인자의 가족과 돈을 나눌 수 있냐’고 해요. 하지만 아미시 신도들은 왜라는 건 없다고 믿어요. 이유를 물으면 용서가 일어날 수 없어요. 무조건적인 용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 수 있게 합니다.”(이현정)
하지만 두 사람 역시 아미시 신도들의 행동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부딪혔던 지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크리스천의 정체성의 본질이 용서라는 점에서 그들의 행동이 납득되고 이해도 됐다. 하지만 내가 저 자리에 섰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것은 물음표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관객이 이 작품을 보고 좋은 의미의 불편함을 가지고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면서 불편한 느낌이 있잖아요. 감동을 받으면서도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쉽게 말하진 못하죠. 그렇다고 저 사람이 나랑은 다른 사람이라고 하기엔 또 마음이 불편해요. 행동이 당장 바뀌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마음속에 그런 불편함을 가지고만 살아도 감사할 거 같아요.”(이현정)
성경공부 모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년 전 부부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이 연극을 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이 대표는 “교회가 일반 사회나 문화에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건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가서 전하는 걸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작품을 삶의 현장에 나가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해븐이 기획한 신촌연극제 개막작인 ‘아미시 프로젝트’는 3월 5일부터 4월 10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02-312-9940).
글·사진=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