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젤! 춤과 음악 완벽 하모니… 전체 표 매진·10분 넘게 커튼콜 계속

입력 2011-02-27 20:00


국립발레단의 2011년 첫 정기공연인 발레 ‘지젤’은 한국 발레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젤’ 5회 공연 전체 표는 일찌감치 다 매진됐다.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 표가 매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에도 표를 구하려는 문의가 이어지자 국립발레단은 평소에는 판매하지 않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층 표까지 팔았다. 이마저도 다 팔려 공연장에는 빈자리 없이 관객이 빼곡히 들어찼다. 국립발레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에 따라 지난해 7월 ‘롤랑 프티’ 공연부터 초대권을 폐지했다. ‘지젤’ 공연의 객석을 채운 관객은 모두 유료관객이었다. 순수예술 공연에서 유료 관객이 객석을 다 채웠다는 것은 공연계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공연 역시 관객들에게 큰 만족을 줬다. 국립발레단이 ‘지젤’을 공연한 건 9년 만이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꽉 찬 객석에 화답하듯 무용수들의 집중력이 어느 공연보다 돋보였다. 첫 공연이 있었던 지난 24일 1막이 끝난 후 휴식 시간에 만난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무용수들이 테크닉을 보여주려는 것에서 벗어나 배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춤을 추고 있다”면서 만족해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의 ‘지젤’은 여러 가지 버전 중에서도 섬세한 춤과 드라마틱한 연기의 정수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꼽힌다. 무용수들은 몸짓으로 인물의 심리상태와 표정을 잘 전달했다. ‘지젤’을 보는데 발레를 보기 위한 전문 지식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춤만으로도 드라마를 보듯이 극에 빠져들 수 있었다. 낭만주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무대와 의상 그리고 춤과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음악은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로맨틱 튀튀(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종 모양의 치마)를 입은 윌리(남자의 배신 때문에 죽은 처녀들의 영혼)들이 군무를 펼치는 2막은 몽환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선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몇 번의 커튼콜이 이어졌다. 커튼콜은 10분이 넘어도 끝날 줄을 몰랐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