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북한 용병 투입 소문…시위대 작전 능력 갖춰”
입력 2011-02-26 00:25
“반정부 시위대가 단순 시위대 이상의 무장과 작전 능력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리비아 동부 지역의 데르나 건설현장에서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한 원건설 직원들은 25일 카이로에서 연합뉴스에 동부지역 상황을 전했다.
데르나에서 주택건설 사업을 하고 있던 직원들은 “반정부 시위대를 중심으로 자경단이 있어도 일부는 밤이 되면 약탈을 일삼는 폭도로 변하기 때문에 자경단과 폭도가 구별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또 데르나 인근 항만을 통해 들어온 현대·기아차, 도요타 등 수입차 100여대가 모두 약탈당했다고 전했다.
원건설 측은 밴 2대와 대형 트레일러 18대를 동원해 방글라데시 필리핀 네팔 태국 베트남 출신 근로자 1430명 등 15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이끌고 약 350㎞의 사막길을 달려 이집트로 탈출했다. 직원들은 교도소에서 탈옥한 죄수를 포함한 폭도들이 철근 몽둥이 등 무기를 들고 현장에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 인근 학교와 예식장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이동했다.
특히 북한 출신 용병들이 벵가지 등에서 반정부 시위대 진압에 동원됐다는 소문에 두려움이 컸다고 원건설 직원들은 전했다. 장명천(67) 현장소장은 “남북한 사람의 외모가 구별되는 것도 아니어서 ‘코리아 용병’이 동원됐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게 가장 두려웠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에는 지난 19일 ‘한국 용병들이 리비아 민주화 시위 폭력 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글이 올랐다. 결국 오보로 밝혀져 기사가 삭제됐다.
이런 소문이 돈 이유는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북한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디언도 ‘북한 용병’이 투입되고 있다는 뜬소문을 ‘한국인’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인 용병이 리비아에 실재한다기보다 북한과 리비아의 오랜 우호관계 때문에 소문이 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양국은 무기 등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왔고, 과거 북한군이 리비아에 파견돼 리비아군의 교육·훈련 등을 맡기도 했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