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연기…“산업계 손 들어줬다” 논란 예고
입력 2011-02-26 00:29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2015년으로 늦춘 건 산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업계의 요구가 상당부분 반영되면서 정부가 표방해 온 녹색성장 의지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왜 연기됐나=정부가 오는 28일 입법예고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법률안’ 수정안은 연간 2억5000t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업체에 대해 2015년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를 시행토록 하고 있다.
정부 수정안은 당초 원안에 비해 제도의 시행시기가 2년간 늦춰지고 적용 대상 및 과징금 부과기준 등도 대폭 완화됐다. 예를 들어 해당 업체가 예상치 못한 시설의 신증설 등이 발생할 때는 해당 업체에서 배출권 할당량 변경신청이 가능토록 했다. 원안은 경제상황 급변 등에 한정해 정부가 할당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또 무상할당 비율을 확대하는 반면 유상할당 비율은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업체는 돈을 주고 배출해야 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들게 된다.
온실가스 초과배출에 대한 과징금도 t당 평균가격의 5배 이하에서 3배 이하로 완화됐다. 보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 역시 당초 5000만원에서 1000만원 이하로 완화됐다. “정부가 산업계 요구안을 그대로 베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마련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정안에 대해서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라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도입은 하되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수정·보완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결국 2개월여 만에 법안 내용이 대폭 바뀌게 된 것이다.
◇산업계는 ‘환영’…논란 예고=업계는 수정안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무상 할당 비율을 늘리고 과태료 부과기준을 완화한 건 경제계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며 “하지만 거래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경·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기업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녹색성장을 강조하던 정부가 스스로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