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숙소 침입 CCTV 공개땐 롯데호텔·국가정보원 다 죽는다”
입력 2011-02-25 21:18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신성철 형사과장은 25일 “(사건이 발생한) 롯데호텔 CCTV를 공개하면 호텔과 국가정보원이 다 죽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CCTV를 통해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발표가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과장은 “CCTV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다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롯데호텔이 죽는다”는 발언에 대해 “호텔 측은 자기네 CCTV 화면이 잘 보인다고 하지만 2004년에 설치된 것인데 화질이 얼마나 좋겠느냐”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죽는다”는 발언에 대해선 부연하지 않았다.
그는 “용의자 신원이 확인된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경찰)보다 기자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면서 “CCTV를 공개하면 우리(경찰)도 죽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자 부담을 느낀 수사팀 관계자가 실언을 했다”면서 “용의자의 신상을 알 수 있는 CCTV 자료는 아직 없다”고 해명했다. 서범규 남대문서장도 “수사 관계자가 잘못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서는 신 과장의 발언이 불거지자 ‘국정원 직원이 개입된 CCTV 물증을 경찰이 확보한 게 아니냐’ ‘호텔 측도 CCTV가 공개되면 고객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영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찰은 지난 16일 사건 발생 이후 CCTV 분석과 특사단 노트북PC 지문 감식 등을 벌였지만 아직 용의자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고, 지문 감식도 실패해 수사를 포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