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시위대 행렬에 난사…거리마다 시체 나뒹굴어

입력 2011-02-26 00:27

‘피의 금요일’인 25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42년 철권통치를 끝내려는 반정부 시위대를 보안군과 용병들이 무력 진압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기를 난사했고, 트리폴리 도심 거리엔 시체들이 나뒹굴었다.

카다피에 충성하는 군인들이 이날 오후 수도 트리폴리 몇몇 지역에서 시위대에 총격을 가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트리폴리에서 최소 시위대 4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잔주르 지역에서만 최소 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상자는 더 늘 전망이다.

시위대가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행진을 벌이면서 녹색광장을 향해 행진하자 이를 저지하는 보안군과 용병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목격자들이 증언했다.

트리폴리는 오전에 공항으로 가는 길에 탱크와 검문소가 늘어섰다. 시위대가 모이는 사원 주변으로는 삼엄한 비상경계가 펼쳐졌다. 카다피를 지지하는 젊은 무장군인들이 금요기도를 마치고 나온 시위대를 검문했다. 한 트리폴리 주민은 “금요예배가 끝난 후 시위에 참여하자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며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 곳곳에 배치된 보안군을 두려워하긴 하지만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당국은 전날 밤 예정된 시위를 막기 위해 몇몇 주요 활동가를 구금했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슬람은 터키 뉴스채널 CNN투르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들은 리비아에서 살고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정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우리는 우리 국민들이 아닌 테러리스트 그룹과 전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리폴리 시내 곳곳엔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 등 리비아 정예군 1만여명과 용병 2500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병 중 상당수가 카다피의 7남 카미스가 지휘하는 32여단 소속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24일 보도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출신 용병들은 리비아 공군기를 조종한다고 우크라이나 유력 일간지 세고드냐가 이날 보도했다.

프랑스 주재 리비아 대사와 유네스코 주재 리비아 대사가 25일 사임했다고 리비아 대사관 관리가 밝혔다. AP통신은 살라흐 자렌 주프랑스 대사와 압둘 살람 엘 갈랄리 주유네스코 대사가 카다피 정권의 민주화시위 강경 진압에 항의해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가 점령한 동부의 벵가지 등지에선 수천명의 시민들이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며 트리폴리 지원 시위를 벌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