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주변인사들 “카다피, 자살할지언정 항복 안할것”

입력 2011-02-25 18:26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그의 말대로 ‘순교’할 것인가. 리비아 반정부 시위 사태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그의 최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핵심은 카다피가 정말 죽음을 불사할 것인가이다. 카다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국영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곳은 내 조국이고 나는 내 조상의 땅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연단을 내리치는 등 ‘순교’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앞서 같은 날 오전 국영TV에 약 20초간 모습을 보였을 때도 카다피는 “언론에 나오는 개들을 믿지 말라”며 건재를 과시했다.

평소 그를 지켜본 주위 인사들은 카다피가 자살을 할지라도 스스로 항복하거나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리비아 전 법무장관은 스웨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나치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처럼 자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가 반정부 세력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일을 놓고도 ‘지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생각 없이는 불가능한 행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카다피는 지난 24일 연설에서 순교 의지가 한층 꺾인 모습이었다. 얼굴을 공개하는 대신 목소리로만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태의 책임을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에 돌리고,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국민을 설득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던 이틀 전 자신감은 찾기 어려웠다.

카다피가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결정적 순간에 해외 도피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튀니지 전 대통령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가 모델이다. 카다피가 망명을 신청했을 때 받아줄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게 변수다. 카다피 딸과 며느리 등은 최근 망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카다피가 암살로 생을 마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는 측근이 잇따르면서 개연성이 높아지는 시나리오다. 실제 지난 22일 연설 도중 한 측근이 암살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있다. 카다피는 신변에 위협을 느껴 미리 방탄조끼를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가 반정부 세력에 체포돼 국제 전범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처럼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 AP통신은 중동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가 트리폴리 방어에 성공해 리비아 동부가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 쿠르드 지역처럼 분리되는 게 가장 암울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