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국제사회, 리비아 ‘말로만 규탄’… 이해관계 제각각

입력 2011-02-25 20:33

국제사회는 왜 리비아에 연합 군사작전을 안 할까.

리비아 반정부 시위 도중 최대 2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도 국제사회는 강력한 군사적 개입은커녕 리비아의 해외자산 동결 등 구체적인 제재 조치도 없는 상태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유혈 사태를 중단하라고 압박하는 게 전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리비아 사태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유엔도 아직 군사작전을 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은 숙고하고 있으나 군사작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영국 BBC방송은 25일(현지시간) “피로 물들고 있는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에 조롱이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2일 민간인을 유혈 진압하는 리비아 정부를 규탄하는 언론발표문을 의결했다. 유엔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조치인 성명 발표가 고작이었다고 BBC는 비판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25일 리비아 무기금수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나토는 이날 긴급 상주대표부 대사급 북대서양이사회(NAC)를 열었고, 논의 초점은 리비아에 발이 묶인 회원국 국민의 안전한 대피와 인도주의 구호 활동에 맞춰졌다. 바레인을 방문 중인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24일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최대한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옵션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군사적 옵션을 검토 중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서방 국가들은 군사작전의 필요성엔 대체로 공감하나 이해관계가 복잡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선 안보리 상임이사국 간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과 러시아는 리비아 국내 문제라며 외부 세력의 개입을 꺼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리비아 난민의 자국 유입 문제에 벌써부터 골치를 앓고 있다. 당장은 리비아에서 자국민을 탈출시키는 ‘발등의 불’을 끄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다피가 무력해지려면 국제사회의 구체적 제재와 리비아 군·관료의 대량 이탈 등 내부적 요건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지적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