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트리폴리 유혈 충돌 ‘피의 주말’

보안군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 사망 속출

리비아 반정부 세력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지지 세력이 수도 트리폴리에서 유혈 충돌했다. 카다피에 충성하는 친정부 보안군과 용병들은 25일 오후(현지시간) 트리폴리에서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트리폴리 주민 한 명은 로이터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금요기도가 끝난 뒤 트리폴리 잔주르 지구에서 수백명이 거리 행진을 벌이자 친정부 보안군이 발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서 무차별 발포, 수그 알 조마 거리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고 AFP에 전했다. 트리폴리 동쪽 외곽 벤 아슈르과 파시룸 지구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트리폴리 곳곳이 혼돈 상태에 빠졌다.

벵가지 등 주요 도시를 장악한 반정부 세력이 중무장한 채 트리폴리로 진입할 경우 정부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반정부 세력은 트리폴리 시민들에게 이날 시위 참가를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리비아 정부는 보안군과 용병들을 동원해 트리폴리를 전면 폐쇄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집회 금지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로 인한 희생자 수가 최대 2000명에 이른다고 프랑수아 지메레 프랑스 인권대사가 2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무스타바 압벨 잘릴 전 리비아 법무장관은 이날 카다피가 반정부 세력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다시 경고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리비아 정부는 국민 회유책으로 모든 가구에 특별보조금 500디나르(한화 45만원)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의 조치를 내놨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가 리비아 국영TV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일부 공무원들의 급여는 150% 인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리비아 원유 시설을 파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사이프 알 이슬람은 터키 뉴스채널 CNN투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카다피 가문은 리비아를 탈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