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기 껄끄럽고 부모님께 죄송하고… 대학가 우울한 ‘나홀로 졸업식’

입력 2011-02-25 20:36


졸업시즌을 맞은 대학가에 가족 없이 혼자 졸업식에 참석하는 ‘나홀로 졸업식’, 졸업식장에는 가지 않고 학과 사무실에서 졸업장만 찾아가는 ‘과사 졸업식’이 씁쓸하지만 새로운 풍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 심각해진 취업난 때문에 빚어진 현상들이다. 졸업식을 마친 뒤 취업스터디 그룹으로 직행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 주변 꽃집이나 중국집·갈비집 등의 졸업식 특수도 옛말이 돼 버렸다.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등 주요 대학의 학위수여식이 열린 25일 부모님이나 가족 없이 홀로 졸업식에 참석한 대학 졸업생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부모님에게 학사모를 씌워드리던 정겨운 모습은 오히려 낯선 풍경처럼 비쳤다.

각 대학 졸업식장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고려대 졸업식장에 홀로 앉아 있던 건축사회환경학부 졸업생 이모(28)씨는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졸업식 때문에 새벽반에 갔다가 일찍 나왔다”며 “졸업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이제 소속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왠지 허전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동덕여대 학위수여식에서 만난 경영학과 졸업생 한모(25·여)씨는 “경남 김해에 계신 부모님께 죄송스러워 일부러 오지 말라고 했다”며 “졸업이 축하받을 일이라고 하지만 지금 같은 미취업 상태에서는 더 민망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산한 졸업식장과는 달리 학위수여증을 챙기려는 졸업생들로 학과 사무실은 하루 종일 붐볐다. 서울대 자연대의 한 학과사무실 조교는 “졸업식은 오후에 열렸지만 오전부터 학위수여증을 받아가려는 학생들로 붐벼 점심도 못 먹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홍익대 인문계열을 졸업한 김모(27·여)씨는 “취업을 하지 못해 동기들 보기가 껄끄러워 졸업식에는 안 갔다”며 “그래도 5년 다닌 대학인데, 졸업장은 받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과 사무실에서 졸업장만 챙겨 학교를 떠났다.

졸업식이 끝난 뒤 무인발급기에 길게 늘어서 성적증명서·졸업증명서를 출력하거나 취업스터디 그룹으로 직행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교내 무인발급기에서 학사모를 쓴 채 증명서를 뽑던 성균관대 남자 졸업생은 “학교에 자주 못 올 것 같아 취업용으로 쓸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대량 출력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졸업생은 “졸업식이 끝나고 바로 취업스터디에 가야 해 부모님과의 식사자리도 미뤘다”고 씁쓸해했다.

‘졸업식 특수’를 누리던 꽃집이나 중국집·갈비집 등은 울상을 지었다. 서울대 앞 노점상에서 3년째 꽃을 팔았다는 심진화(51·여)씨는 “지난해에는 그래도 꽃다발 60∼70개 정도는 팔았는데 올해는 반도 못 판 것 같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앞에서 20년째 갈비집 ‘명륜동’을 운영해 온 박한중(50)씨는 “취업한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부모님께 고기도 사드리고, 직장을 구한 졸업생끼리 ‘내가 사네, 네가 사네’ 하던 풍경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이용상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