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 평가] 학교 자율화 ‘답보’… 고교 다양화는 사실상 실패
입력 2011-02-25 20:35
(4) 교육·복지 <끝>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는 ‘학교의 자율화·다양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정부 출범 3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시위주 교육 탈피, 공정한 교육 기회 확대, 공교육 강화 등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추진했고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교육계 원로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당초 기조인 학교의 자율화·다양화 모두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교 자율화는 제자리걸음=대학 자율화는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교육계 중론이다. 특히 대학들은 교과부가 최근 대입 논술 축소를 요구하는 등 대학의 선발권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정책도 조급하게 추진한다며 반발이 크다. 지난달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도 정부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초대 원장을 지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25일 “현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다양성을 중시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학입시 등에서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입학사정관제를 예로 들며 “입학사정관제는 좋은 제도이지만 정부가 단기간에 조급하게 확대했다”며 “현 정부에서 성과를 보려고 하니까 질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바뀌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창의력을 평가해야 하며 수능 비중은 점차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수능을 쉽게 출제하고 영역별 만점자 비율을 1% 수준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들은 벌써부터 변별력 문제, 대학 선발권 등을 들며 불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초·중등 교육 분야에서는 교과부가 시·도교육청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으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만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부와 진보교육감은 교장공모제, 평준화 지정 문제,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등으로 여전히 갈등 중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교과부가 시·도교육감과 일선 학교·교사의 자율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자율을 재단했다”며 “교육감을 통제하려고 하면서 교육청과의 관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다양화는 흔들=현 정부의 학교 다양화 정책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고교 다양화 정책의 핵심인 자율형사립고(자율고)는 지난해 대거 미달 사태를 겪었다. 서울에서만 정원 800여명이 미달됐다. 자율고 확대로 일반고 정원이 줄어들면서 일반고 학생들의 원거리 배정 등 악영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지역 자율고 신입생의 전학 비율이 일반고보다 4배나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교과부도 미달 사태 이후 “자율고 100개 달성 목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성기선 교수는 “자율고는 재단의 경영 상태와 교육 여건 등을 감안해 특성화를 해야 했는데 정부는 ‘100개’라는 숫자 맞추기에 급급했다”며 “자율고가 특성화가 안 되다 보니 결국 입시 명문고가 되려고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교과부가 기술 장인 양성을 위해 설립한 마이스터고는 삼성전자 등 유력 기업과 취업 협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아직 1회 졸업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마이스터고 졸업생이 얼마나 안정된 직장을 얻는지 보고 나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계 원로들은 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교육 주체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5·31 교육 개혁안을 주도했던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은 “학교 자율화와 학생 선택권 강화라는 큰 틀은 옳다”면서 “정책을 내미는 쪽에서도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독단적인 태도를 버리고 반대편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