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 평가] 복지 예산 매년 10%씩 늘렸지만 실감 못해
입력 2011-02-25 18:00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간 보건복지 분야 지출을 해마다 10%씩 늘렸다. 그러나 국민들의 복지 체감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걸맞게 복지의 큰 틀을 변화시키고 장기 전략을 세워 추진했어야 했는데 당장의 복지 수요에 대응하고, 실적 쌓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3년간 보건복지 지출은 늘어=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지출액은 전 정부 마지막 해였던 2007년 61조4000억원에서 2010년 81조2000억원으로 32% 증가했다. 전년 대비 지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10.0%. 정부 총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7.7%까지 높아졌다. 복지부의 복지사업 분야는 2007년 84개에서 지난해 106개로 늘어났다. 저소득층 중증장애인에게 매월 생계비를 지원하는 ‘장애인연금’, 사업별·지방자치단체별로 분산돼 있던 복지 급여·서비스 대상자 정보를 통합 관리해 복지 누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은 현 정부 작품이다. 복지부는 “지난 3년간 사회복지 제도의 틀을 확충하고 선진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의 초석을 다졌다”고 자평했다.
◇“복지 패러다임 변화 노력이 없다”=그러나 국민들의 복지 체감도는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3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6.1%가 ‘실제 가능하면 이민가겠다’고 대답했고 그 이유로 62.5%가 ‘미흡한 복지정책’을 들었다.
늘어난 복지 지출만큼 국민이 복지가 좋아졌다고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게 복지의 큰 틀을 바꾸려는 노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5일 “이제는 취약계층 지원에 치중했던 과거 복지정책의 틀을 깰 때”라며 “그러나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잡아놓은 복지정책의 틀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을 뿐 인구 및 사회구조의 변화에 맞게 근본적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는 낙제점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는데도 이를 감당할 의료체계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당장 내년이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보험료 부과체계 및 지불제도 개선, 약값 조정 등 해결 방안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동네의원 활성화 등 전반적인 의료제도 개혁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회 양극화 여파로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정·보육, 노인 복지 지출이 늘긴 했지만 단편적 대응에 그쳤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집권 초 약속했던 복지 공약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12세 이하 필수예방접종 무료화’를 약속했지만 올해 접종 지원 예산은 전년보다 58억원 삭감됐다.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공약은 없던 일로 돼가는 분위기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이 문제는 국정 과제에 올라가 있지 않다”며 “편리성보다 안전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중산층 복지 확대도 필요…일자리 창출 중요=정부가 곧바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취약계층 지원만 늘렸을 뿐 평범한 직장인과 일반 가정 등 중간층에 대한 복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복지정책은 빈곤대책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의료·고용·주거 등 중산층의 복지 욕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최선의 복지는 안정되고 질 좋은 일자리 제공”이라며 “유럽 복지국가들처럼 복지 정책과 노동 시장을 결합하는 식으로 저출산·고령화에 적합한 근본적인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