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에 봄바람 불 때를 대비하자
입력 2011-02-25 17:43
아랍권의 민주화 바람이 북한에도 불까. 우리는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지만 김정일 정권은 긴장과 경계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최근 평안북도 정주와 용천에서 주민들이 전기와 쌀을 달라고 외쳤고 후방 군부대에서 식량배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했다. 신의주에서는 장마당 상인들이 단속에 맞서 시위를 벌였고 보위부와 군대가 나서 진압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악질 보안서장이 돌에 맞아 죽었다.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시민혁명이 전개된 시기에 들려온 소식들이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 기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북한의 동태가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탱크부대를 평양 중심에 배치했고, 김정일 지시로 북한 전역에 특수기동대가 조직돼 장마당 등 주민이 모이는 장소를 순찰하고 있으며, 외국인 방문객의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있을지 모를 주민 봉기를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한편으론 정말 모자라서인지 비축하기 위해서인지 세계 각국에 식량을 구걸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최근 반발을 정치적 의미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생계형 시위로 볼 것인지는 전문가들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국경 지역의 통신을 통해 아랍권 혁명의 진실이 알려지고 주민을 굶기는 김정일 체제가 허점을 드러낼 때면 주민 봉기도 가능하리라는 것은 낙관론이다. 반면 비관론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소셜네트워크가 불가능하고 이동수단도 제한돼 주민의 결집이 어렵다고 본다. 비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그러나 정교한 예측마저도 왕왕 빗나가는 마당에 외부에서의 간접 관찰은 말할 나위도 없다.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군은 중단된 대북 생필품 살포를 최근 재개한데 이어 아랍 시민혁명을 알리는 전단도 뿌릴 계획이라고 한다. 갈라파고스 군도에 비유되는 격절된 공간으로 시간마저 봉건왕조 시대로 역행하는 북한일지라도 내부 모순이 극한에 이르고 외부의 변화 소식이 가랑비처럼 주민들 마음을 적시다 보면 언젠가는 변화의 싹이 솟아날 터이다. 정부의 대북 정책은 그때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