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의지에 달린 한상률 의혹 수사

입력 2011-02-25 17:39

그림 로비 의혹에 휘말려 미국으로 도피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엊그제 돌연 귀국했다. 2009년 3월 도미한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그가 갑자기 귀국한 데 대해 온갖 억측이 나오고 있다. 여권과의 사전 조율에 따른 ‘기획입국설’도 제기된다. 귀국 배경이 어떻든 그를 둘러싼 항간의 여러 의혹들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검찰이 28일 한 전 청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결과를 주시할 일이다.

2007년 11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노무현·이명박 두 정부에 걸쳐 국세청장으로 재직한 만큼 핵심부의 뇌관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입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메가톤급 진술을 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2007년 초 인사 청탁 목적으로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학동마을’ 그림을 상납했다는 의혹, 둘째 2007년 대선 이후 국세청장 연임을 위해 정권 실세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 셋째 2008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를 벌인 의혹이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검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2007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때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서울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과 관련한 문건을 발견한 뒤 한 전 청장에게서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주장도 당연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검찰 수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한 전 청장이 쉽게 입을 열 리 만무한 데다 현 정권과 연루된 민감한 부분까지 검찰이 손을 대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런 의심을 받는 건 살아 있는 권력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 온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검찰이 이 같은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검찰의 자존심을 되찾는다는 각오가 필요한 이유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될 일이다. 야당은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인지는 전적으로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