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성경 완역 100주년 기념 좌담-성경과 한국교회] “교회가 성경말씀 충실해야 사회에 희망줄 수 있다”
입력 2011-02-25 17:50
대한성서공회는 한글성경완역 100주년을 맞아 ‘성경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최근 서울 대한성서공회 세미나실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서는 세상에 구원과 희망을 제시하는 공동체로서의 한국교회가 그 본질에 충실한지를 점검해 보고, 성경 말씀에 중심을 둔 교회의 모습을 모색했다. 지난주 ‘성경과 삶’에 이어 좌담회 내용을 요약·보도한다.
참석자
손인웅 대한성서공회 이사, 최인식 서울신대 교수, 김희자 총신대 교수, 소설가 김성일 장로
△손인웅 이사=한글완역 성경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성장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하면서 한국사회 변화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참모습을 우리가 잘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최인식 교수=한국교회는 사회의 빛과 소금을 자처하지만 일반인이나 신자들에게 매우 부정적입니다. 통계자료를 통해 ‘필요 이상의 교파 분열’과 ‘본래의 뜻을 상실한 모습’, 그리고 ‘소통의 부재’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해왔던 그간의 업적이 잊혀지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입니다.
△김희자 교수=지금의 한국교회는 ‘조직의 관성’이라는 자족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직이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아서 주기가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교회가 관성의 함정에 빠졌고, 이로 인해 교회의 부정적 이슈들이 발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성일 장로=요한복음 1장 14절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탕자가 말씀에 공감해 다시 돌아와 회복되는 것을 원하셨고, 그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교회 스스로가 말씀으로부터 멀리 떠나버렸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또 교회는 말씀 속에 내재된 문화적 콘텐츠를 놓쳐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정치적 이슈에 매달려 이해집단의 주장에 치우친 모습 역시 호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손 이사=본질에서 이탈됐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교회가 말씀에서 어느 만큼 멀어졌는지, 또 충실한 부분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지요.
△최 교수=원래 한국교회는 1950년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문화의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교회의 성장 둔화와 함께 교리와 전통만을 반복하며 발전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의 폭이 점점 좁아져 갔습니다. 현 세대에 대한 시대적 통찰력 없이 그들을 따라잡기에 급급한 상황이 되다 보니 교회에서는 선포의 말씀보다는 향후에 받을 대가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해 권위를 유지해 온 것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우리는 물질주의에 갇혀 있습니다. 예전 고난의 때에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기뻐했던 모습들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지도자들은 변화에 대처해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김 교수=한국교회가 성경에서 멀어진 이유는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종 미디어들이 생활문화를 점령했고, 이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성경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변화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교역자들이 교육에 대한 지원에서도 별다른 대응을 못했다는 점입니다. 논문조사에 따르면 신학교에서는 교육적인 부분에 30%를 투자하라고 가르치지만, 한국교회는 교육에 8%에 못 미치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인적 자원이 필요합니다.
△김 장로=예수님께서는 구약시대 율법주의자들과는 달리 듣는 사람에게 필요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오늘의 우리도 예수님처럼 성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고 그에 필요한 말씀을 전해야 하는데, 서로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원인을 저는 예화 설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설교는 이해를 위해 예화를 많이 들어주는데, 일반 성도들과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씀을 듣는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계속 머무르지 못합니다.
△손 이사=예수님처럼 말씀과 삶이 일치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데, 교회에서 목회자들이 선포하는 말씀과 삶의 괴리가 무척 크다고 합니다. 이러한 괴리로 인해 교회의 힘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요.
△최 교수=이것은 본질적 문제입니다. 교역자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공동체에 전달해 주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목회자들의 삶과 성서 사이의 괴리가 한국교회를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이탈시킨 책임이라고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김 교수=이 부분 역시 교육과 연관된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보통 목회자들은 사회의 역동적 변화에 따른 교육 대신 조직신학을 중심으로 배운 옛날 방식으로 사회에 나옵니다. 한국만큼 글로벌한 선교 네트워크를 가진 나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인터넷을 소통의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육 부족으로 소통과 나눔을 즐기기보다는 오히려 상대 종교문화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즉 ‘영역 싸움’이라는 부정적인 기능을 합니다. 사회를 읽는 목회자를 양산하는 시스템과 그들의 자질을 계속해서 독려하고 점검해주는 제도가 부족한 이상, 목회자는 ‘생존경쟁’이라는 광야로 내몰릴 뿐입니다.
△김 장로=크리스천들은 육아와 결혼, 건강, 직업, 예술과 과학, 패션 등 일상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선택들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셨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 고민들이 교회 안에서 해결되지 않아 혼자 끙끙 앓다가 도피하게 됩니다. 말씀이 삶에 적용되는 성경공부가 필요합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신학교 교육과정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 이사=성경이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켜 문화를 바꿔왔는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강자를 공격하는 사회에서 기독교가 문화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부정적인 모습이 나오면 계속해서 그 부분만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공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말씀과 교회의 본질이 회복되고, 사회에 희망을 주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는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최 교수=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개인이 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한국교회가 아직까지도 기도하는 교회라는 사실입니다. 새벽기도, 철야기도, 수요기도 등 많은 기도운동이 여전히 살아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말씀공부 세미나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는 잠재력이 있으니 이 힘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가동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를 배출하는 신학교육에 대한 갱신과 심화, 그리고 기존 목회자들을 재무장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 교수=한국교회가 ‘거룩한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을 활용해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중에 비어 있는 교회 건물을 탁아소나 노인보호에 사용하고 그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인력을 고용한다면 사회적 문제에 우리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 문제와 같이 일반 사회에서 순화되기 힘든 여러 문제를 교회 내부에서 먼저 도움을 준다면 성도들을 그리스도인화하는 프로그램이 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주는 거룩한 강자의 역할에 제격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부모가 제1의 교사가 되어 가정에서부터 자녀를 교육하는 기독교 교육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돕는 것입니다.
△김 장로=성서는 한일합병 전에 완역된 것으로 한국어 고유의 단어와 문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와 한글이 포함된 성경은 기독교인들에게는 복음인 동시에 한국인 모두에게는 보물적인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근대화가 일본 아류를 쫓아가지 않고 한국적이고 성경적인 동시에 창조적 근대화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답습해 왔던 서양신학에 한국적인 것을 가미해 새롭게 변화해야 합니다.
△손 이사=앞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떠한 성경적 인간상을 추구해야 할까요? 성경에 근거한 교회상과 세계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최 교수=성경적 인간상은 바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입니다. 시편 118장 8절을 보면 경외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곁에 항상 있는 자를 말합니다. 교회는 이처럼 하나님에게 자신을 맡기는 사람을 지도자로 양성해야 하며 서로 통로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젊은 크리스천들을 ‘양손잡이’로 양육해야 합니다. 지식과 성경을 양손에 모두 잡은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지식을 갖고 하나님께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경적 인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교회는 말씀과 이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사회에 보여주면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김 장로=교회는 병원 같은 존재가 돼야 합니다. 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봐왔던 부정적 이미지들에도 불구하고 교회로 찾아오는 것은 와서 고침 받고 위로받기 위해서입니다. 성경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사랑’입니다. 교회는 사랑을 나누어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또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예술적 무대로 보고 각각의 드라마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동시에 사랑한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정리=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