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첫 탈출 근로자들 "전쟁터서 살아 돌아왔다"
입력 2011-02-25 00:49
쌍용건설 3명 인터뷰
리비아에서 쌍용건설 근로자 3명이 한국인 근로자 가운데 가장 먼저 리비아를 탈출해 24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청바지와 카디건 등 편안한 복장으로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쌍용건설 김정연(49) 부장과 이태성(46) 차장, 전대진(32) 대리는 마중 나온 가족을 만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소 굳은 표정의 세 사람은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와 정말 기쁘다”며 혼돈의 리비아 현지 사정과 긴박했던 탈출 순간을 전했다.
현지 공사 수주 작업 준비를 위해 15일 전 리비아로 들어갔다는 전 대리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쟁이 나면 이런거구나’ 하는 공포감을 처음 느꼈다”며 “인터넷과 전화가 안 되면서 가족과 연락을 할 수 없어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트리폴리 시내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총을 든 군인과 용병이 배치돼 있고, 낮에는 외출이 가능하지만 밤이 되면 리비아 정부가 외출을 철저히 통제했다고 한다..
반정부 시위가 한창인 트리폴리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사무실에서 지내던 김 부장은 “음식을 사러 시내에 갔다가 국회의사당이 불타는 모습을 목격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밤마다 시위대가 트리폴리 시내로 몰려나와 함성과 총소리가 뒤섞여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외국인은 공포에 휩싸여 지내야 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숙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통신도 끊긴 탓에 한국 기업끼리도 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부장 일행은 튀니지를 거쳐 육로로 리비아를 탈출할 계획이었지만 튀니지로 가는 길목인 자이아 지역이 시위대에 장악돼 항공편으로 리비아를 떠났다. 트리폴리 공항은 비행기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전 대리는 “원래 1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에 3000~4000명이 몰려들었다”며 “천만다행으로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우리만 돌아왔지만 남은 사람들이 걱정이다.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돼서 리비아로 돌아가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