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1세대 ‘닥의 작가’ 정창섭 화백 별세

입력 2011-02-24 19:26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닥의 작가’로 불린 정창섭 서울대 명예교수가 2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1927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회화과 1회 출신으로 53년 제2회 국전에서 특선하며 화단에 등단했다. 61년부터 93년까지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69∼71년에는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냈고 93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고인은 60년대 서구적인 앵포르멜 회화를 실험했지만 끈적거리는 유화의 물성이 자신의 작업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기법을 찾던 중 70년대부터 한지를 이용한 작업을 시작했다. 한지 작업은 70년대 중반의 ‘귀(歸)’ 연작에 이어 닥종이를 캔버스 위에 편 뒤 두드리거나 만져 표현한 80년대 ‘저(楮)’ 연작과 90년 이후의 ‘묵고(默考)’ 연작으로 발전해 갔다.

2∼3년 전부터 건강이 나빠지면서 작업을 중단했던 작가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화업 60년을 정리하며 열었던 대규모 개인전을 마지막 전시로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양은희씨와 아들 규엽(세종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규인(성바오로병원 정신과 과장)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 오전 9시(02-3410-6915).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