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츠먼 美대사, 中 시위대 응원 논란

입력 2011-02-24 20:00


존 헌츠먼 주중 미국 대사가 지난 20일 ‘중국판 모리화(茉莉花·재스민) 혁명’ 1차 집회 당시 베이징 시내 왕푸징 거리의 맥도날드 매장 주변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중국 검색사이트 바이두(百度) 등 인터넷에는 헌츠먼 대사가 현장에 있는 사진과 비디오가 24일 공개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헌츠먼 대사가 친히 현장에 나가 응원하고 기운을 북돋워줬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이번 사건이 웃음거리로 끝나자 헌츠먼 대사가 풀이 죽어 현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헌츠먼 대사에게 “당장 중국을 떠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최근 중동지역의 혼란과 관련, 미국이 막후 조종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 당국이 ‘모리화’ ‘혁명’ 등과 관련된 글에 대해 철저히 통제하는 가운데 이런 글과 사진이 잇따라 게재되는 것으로 볼 때 이들 누리꾼 중 상당수는 관변 누리꾼들로 추정된다.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의 리처드 부앤건 공보관은 “헌츠먼 대사와 그의 가족이 걸어서 천안문 광장으로 가는 길이었다”면서 “당시 이들이 현장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자오치정(趙啓正)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23일 33개국 40여명의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중국에서 ‘재스민 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그런 혁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득과 지역 격차 등에 직면해 있지만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조사·해결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