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은 美 대법관… 토머스, 구두변론서 5년째

입력 2011-02-24 18:49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에선 지난 22일 오전(현지시간) 남편의 연인을 독살하려고 한 여성을 화학무기 관련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한 구두 변론이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법관과 변호인들의 공방으로 법정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런데 대법관 9명 가운데 오직 클래런스 토머스(62)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은 토머스가 대법원 구두 변론 때 한마디도 하지 않은 지 이날로 만 5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토머스가 구두 변론에서 질문을 한 건 2006년 2월 22일이 마지막이었다.

미국 언론과 법조계에선 그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사설에서 그의 질의응답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머스는 질문하지 않고 경청하면서 소송 쟁점에 대해 숙고하는 게 일종의 소신이라고 말해 왔다. 그는 약 2년 전 미국 앨라배마대학 로스쿨 강연에서 “왜 (기록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실로 변호인들을 괴롭혀야 하느냐. 나는 그게 싫다. 앞으로도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법관들은 변호인과 문답을 하다보면 사건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고, 판결 방향에 관한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미 일간 유에스에이투데이는 토머스가 어린 시절 사투리 사용으로 입은 상처를 ‘침묵’의 이유로 들었다. 토머스는 미 남동부 조지아 주에서 조부모에 의해 키워졌다. 그는 “사투리로 친구들에게 놀림 받았다. 대학과 로스쿨에서도 질문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토머스는 1991년 조지 W H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흑인으로는 미 역사상 두 번째로 대법관에 지명됐다. 당시 상원 인준 과정에서 성희롱 추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