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장’ 이래도 탈 저래도 탈
입력 2011-02-24 18:44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추천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평교사 후보자 4명 중 2명의 임용 제청을 거부하고, 2명은 임용키로 해 학교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공모가 진행되는 동안 찬반으로 나뉘어 마찰을 빚은 학부모 중 기대와 다른 결과를 받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 영림중 2학년 자녀를 둔 홍모(45·여)씨는 24일 “학교가 바뀌는 길은 새로운 교장을 뽑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암담한 마음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씨는 “구로구는 교육환경이 안 좋아 교장으로 오길 기피하는 지역이다. 퇴임을 1∼2년 앞둬 열의가 없는 교장만 와 매번 답답했다”며 “내부형 공모제를 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교과부가 사소한 것을 트집잡아 무산시켜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홍씨는 전날 후보자인 박수찬(55) 교사 임용 제청이 거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 학부모 10여명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박 교사가 교육 당국에 항의하려고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 동행했다. 박 교사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공모 심사위원장 이름과 연락처를 어제 알았을 만큼 심사는 공정했다”며 “시교육청의 지침과 지시에 따랐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만큼 시교육청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고양시 상탄초의 경우 영림중과는 반대로 ‘전교조 교장’ 임용이 결정돼 반대하던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교 거부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상탄초는 학교 심사에서 2순위였던 전교조 교사가 지역교육지원청 평가에서 1순위로 바뀌어 논란을 빚었다. 학부모들은 이런 상황을 문제 삼으며 지난 15일 학부모 1600여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교과부에 제출했다.
이 학교 학부모 A씨는 “후보자 순위가 바뀐 것은 학교 자치 정신에 따라 구성원이 뽑도록 하는 교장공모제 취지가 퇴색된 것”이라며 “새 학기 등교 거부를 포함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