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연임청탁·태광 세무조사 의혹… 한상률 입 열까
입력 2011-02-24 21:24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입을 열까. 2009년 민주당이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꾸렸을 만큼 한씨는 정치적 논란 한가운데에 섰던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국세청장에 임명된 한씨는 현 정부 출범 뒤인 2009년 1월까지 재직했다. 따라서 두 정권 내부 사정에 훤하다. 한씨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갑작스런 귀국, 왜?=한씨는 우선 암 투병 중인 부인의 병간호를 위해 귀국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씨 부인 김모씨는 2009년 3월 한씨와 함께 출국했다 그해 말 암수술을 받으러 돌아왔다. 김씨는 이후 장기간 투병 생활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씨와 연관이 있었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인물들의 사법절차가 지난달 막을 내린 것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혹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현 정부 임기 내에 사면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귀국한 것 아니냐는 얘기 역시 나온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의 귀국 관련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학동마을 로비 의혹 우선 수사=우선 검찰 수사는 한씨의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한씨가 국세청 차장 재직 시절인 2007년 초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고(故)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인사 청탁 명목으로 건넸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그림의 추정가를 500만원 정도로 보고 있으나 시장가는 3000만∼4000만원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한씨의 지시를 받고 그림을 구매했다는 국세청 직원과 전 전 청장 부부 등 관련자를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한씨가 그해 3월 미국으로 출국해 수사가 중단됐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일단 민주당의 고발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전 청장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권 관련 여러 의혹도 수사?=한씨는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12월 25일 경북 경주의 한 골프장에서 정권 실세와 가까운 포항 인맥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 이를 두고 한씨의 국세청장 연임을 위한 로비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씨는 청와대의 구두 경고를 받았다.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한씨가 청장이던 2008년 8월 국세청은 태광실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야당은 한씨가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그러나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미국에 있던 한 전 청장을 상대로 서면조사를 마쳤다”며 “더 조사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구속수감 중인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은 2007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당시 이 대통령 후보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라는 문건을 봤다는 이유로 한씨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 전 국장의 폭로 내용이 근거 있는 것인지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