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윤증현 책임론’ 부상… “행정지도 失期” 등 비판 일어
입력 2011-02-24 21:19
저축은행 인출 사태가 한 시름 돌리면서 금융정책·감독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 금융감독원장이자 금감위원장을 맡고 있던 윤증현 현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2004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만 3년간 금융당국의 수장으로 근무했다. 금융감독 최고책임자 중 최장수이다.
2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시작된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 대출은 2004년부터 본격화된 뒤 잇따른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대책으로 2006년 말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급격히 감소했다. 2004∼2006년까지 부동산 PF 대출이 급격히 몸집을 불리던 시기의 금융당국 수장이 윤 장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2005년 들어 저축은행 업계 내부에서도 부동산 PF 쏠림이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전체 여신의 70∼80%를 부동산 사업에 ‘몰빵’하는 은행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는 없었다. 2006년 8월에야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2년 안에 전체 여신 중 부동산 PF의 비중을 30% 이내로 줄이라”며 행정지도에 나섰다. 한 저축은행 임원은 “이 조치가 1년만 일렀어도 저축은행 업계가 이처럼 홍역을 치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마디로 윤 금감위장 시절의 금융감독 당국이 너무 늦게 속도 조절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8·8클럽’(BIS비율이 8% 이상이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 이하인 우량저축은행) 제도를 도입된 것도 윤 금감위장 시절이었다. 당시 제도 도입을 주도한 정책당국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였지만, 입안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하고 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는 금감위에 있었다. 이 제도는 8·8클럽에 대한 여신한도를 완화해 줌으로써 결국 부동산 PF 급증에 일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2005년 말 6조3000억원이었던 PF 대출규모는 2007년 말 12조1000억원으로 배 가까이 치솟았다. 그런가 하면 2005년 말에는 자율 구조조정을 이유로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조건도 대폭 완화됐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엔 저축은행에 대해 이중규제가 심하다며 규제를 완화하라는 요구가 많아 그런 조치들이 취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