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제위기때도 조세피난처로 자본 유출
입력 2011-02-24 18:45
조세피난처로의 국내기업 자본 유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이 올해 역점 진행 중인 역외탈세와의 전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조세피난처로 분류되는 62개 국가와 우리나라의 수출입 실적에 비해 외환거래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24일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조세피난처 국가들과의 수출입은 1382억 달러로 전체지역 수출입 실적의 16%에 그친 반면, 수출입거래에 수반한 외환거래 규모는 2552억 달러로 전체 수출입 외환거래 규모의 28%에 달했다. 이 같은 괴리는 조세피난처 국가에서의 수입실적에 비해 수입대금 지급액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수입 신고는 428억 달러인데 비해 실제 지급액은 1317억 달러에 이르렀다. 수입했다고 밝힌 액수보다 3배 가까이 많은 돈이 조세피난처로 넘어간 것이다.
관세청 박진희 사무관은 “수입신고에 비해 수입대금 지급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금융혜택 등을 이유로 조세피난처로 자본유출이 많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며 “무역대금 지급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영국(32%) 싱가포르(29%) 홍콩(16%)과의 거래가 전체 조세피난처 외환거래의 80%에 가까웠다. 특히 영국은 우리나라의 수출입 비중이 조세피난처 국가 중 6%로 외환거래 비중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실물거래와 외환거래 괴리의 적정성에 대한 정밀점검이 필요하다고 관세청은 주장했다.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은 특정사업활동에 대해 조세 혜택을 부여해 금융거래를 위한 조세피난처로 이용되고 있다.
경제위기 때 조세피난처로의 자본유출이 심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에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도보다 19% 감소했지만 조세피난처 투자는 오히려 30.4%나 급증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불법 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이날 해외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세금 437억여원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으로 유명 봉제인형 제조업체 A사 대표 박모(62)씨와 동업자이자 공인회계사인 강모(5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 등은 2000년부터 9년 동안 홍콩 현지법인의 수익을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이전시키고, 일부는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로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종합소득세 437억여원을 탈루한 혐의다.
고세욱 노석조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