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서 태어난 남아 강북구보다 5년 더 산다
입력 2011-02-24 18:33
서울대 조영태 교수팀, 서울시 구별 기대수명 산출
같은 서울이라도 사는 동네의 주거환경과 생활수준에 따라 기대수명이 최대 5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대수명은 지금 태어나는 아기가 평균적인 삶을 영위할 때 예상되는 수명을 말한다.
서울의 지역별 기대수명은 지난 10여년 사이 격차가 더욱 커졌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경제 양극화, 사회 양극화 현상이 ‘수명 양극화’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 연구팀은 최근 1995년과 2008년 연령별 사망률을 토대로 서울 각 구(區)의 기대수명을 산출했다.
95년과 2008년 모두 남성의 평균수명이 가장 긴 구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서초구였다. 서초구 기대수명은 95년 76.6세에서 2008년 83.1세로 늘었다. 반면 2008년 남성 기대수명이 가장 낮은 곳은 강북구(77.8세)였다. 서초구와의 격차는 5.3년. 조 교수는 “서초구에서 태어나는 남자 아기는 강북구 남자 아기보다 5.3년 더 살 것으로 기대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95년 서초구-강북구(72.5세) 격차 4.1년보다 1년 이상 더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지역의 건강검진율 음주율 흡연율 비만율 소득 교육수준 등 경제적, 사회적 환경 격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2009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중단한 사람의 비율이 서초구는 26.6%, 강북구는 50.2%였다.
조 교수 연구팀은 이 조사를 토대로 논문 ‘서울시 지역별 기대수명 불평등’을 완성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제출했다.
기대수명은 서울시 구별 인구 수와 사망자 수, 연령별 사망률 등을 토대로 산출했다. 기대수명이 구 단위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다른 구도 서초구와 비교할 때 대부분 기대수명 격차가 벌어졌다. 종로구는 95년 서초구와 2.8년 차이였다가 2008년 4.4년이 됐다. 서초구-중구는 4→5.2년, 중랑구 3.5→5.1년, 금천구 4.3→5년 등이다. 2008년 남성 기대수명이 80세 이상인 곳은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구(83.1) 송파구(81.1) 강남구(80)뿐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서초구-중랑구 기대수명 차이는 95년 1.7년에서 2008년 3.8년이 됐고, 성북구 0.9→2.8년, 노원구 1.5→2.4년 등이었다. 강남구 송파구를 제외하곤 서초구와 서울 모든 구의 기대수명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 교수는 “개개인의 특성을 넘어서는 거주 지역의 속성이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