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發 3차 오일쇼크? 불안 증폭
입력 2011-02-24 23:58
리비아 등 중동 정정불안이 심화되면서 3차 오일쇼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요 급등이 야기했던 2007∼2008년의 유가폭등 사태와 달리 이번 유가 급등은 산유국들의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회복세를 타고 있는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외신들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다가 전날보다 2.68달러 오른 98.1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시장에서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5.47달러 오른 111.25달러,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0.9달러 오른 104.3달러에 각각 마감됐다.
뉴욕타임스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2년 안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5% 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석유 수출 비중 4.3%) 리비아(1.9%) 알제리(1.5%)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석유생산 비중이 작은 이집트(0.8%)나 튀니지(0.1%)와 달리 국제유가에 충격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특히 원유 생산 비중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9.53%)와 이라크(2.93%)까지 확산될 경우 3차 오일쇼크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가상승으로 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되는 ‘스태크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 마이클 레비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지금 세계는 유가 변동성 격화와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다른 지역의 석유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경우 발생할 진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증권의 마이클 로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동 정정불안은 1990∼91년의 걸프전 당시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라며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고 알제리의 석유 생산이 중단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2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비아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석유회사 ENI 최고경영자(CEO) 파올로 스카로니는 24일 유혈사태가 확산되면서 리비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120만 배럴 줄었다고 밝혔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