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교민 260명 ‘엑소더스’… 전세기 타고 카이로 도착
입력 2011-02-25 00:47
정부, 근로자·가족 구출 본격화
리비아에 체류 중인 한국인 근로자들과 가족, 교민들의 리비아 탈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의 출국을 위해 특별 전세기를 비롯해 차량과 선박 등 육·해·공 교통수단이 총동원됐다.
2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리비아 현지 교민의 수송을 위해 대한항공 B747 여객기(330석 규모)가 추가로 투입된다. B747은 25일 새벽 인천공항을 출발, 로마를 거쳐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리비아 당국의 이착륙 허가가 순조로울 경우 교민들은 26일 오전 중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지 교민과 현지 진출 업체 직원 260명은 24일 트리폴리 공항에서 정부가 투입한 이집트항공 소속 전세기(에어버스 330)를 타고 카이로에 도착했다. 이 전세기는 트리폴리로 떠나려다 관제상의 문제로 카이로 공항에서 발이 묶이는 바람에 10시간 넘게 출발이 지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집트 항공 전세기와 대한항공 국적기를 통해 560명 정도의 탑승 수요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카이로에서 트리폴리로 운항할 예정이던 두 번째 이집트항공 전세기는 카이로~수르테(리비아) 구간으로 바꿔 운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르테에는 현재 두산중공업, 현대엠코 등 우리 기업 200여명이 탑승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편 이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차량과 선박 등을 통한 출국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최대 위험 지역인 동북부 데르나에 머물던 원건설 근로자 39명과 외국인 근로자 1000여명은 육로를 통해 이집트 국경에 도착했다. 나머지 한국인 직원 14명과 외국인 근로자 476명도 현재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향하고 있다. 리비아 남부 나루트 인근에서 대학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인 코스모D&I의 경우 육로로 튀니지 국경을 넘을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틀 전 튀니지 국경에서 중국인 차량이 탈취됐다는 소식이 있어 세부적인 사항을 파악 중”이라며 “안전한 경로를 찾아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대형 건설사는 일부 직원과 가족들만 철수시키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많은 자금이 투자된 시설관리 등을 위해 잔류하고 있다. 2조9000억원 규모의 발전 설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170여명의 직원 중 100여명은 남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직원 가족 15명만 전세기편으로 귀국시키고 290여명은 잔류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조3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하면 장비나 자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