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사태] 카다피 친위부대 무차별 인간사냥 ‘핏빛 트리폴리’
입력 2011-02-25 00:52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가 ‘죽음의 그림자가 뒤덮은 도시’로 변하고 있다. 특히 리비아군은 24일(현지시간) 트리폴리 인근 지역에 대공 미사일 공격까지 감행하며 수도 사수 총력전을 전개했다.
반면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제2의 도시 벵가지는 해방의 기쁨이 넘쳐나는 등 두 도시의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한편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셋째 아들 사디 카다피는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떤 새로운 체제가 들어선다 해도 아버지는 포함될 것”이라며 “아버지는 조언을 해주는 ‘대부(big father)’로서 머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바다’ 트리폴리=트리폴리 거리엔 수천명의 민병대와 아프리카 용병들이 배치돼 있고, 주민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또 3000명으로 구성된 혁명호위부대는 카다피가 거주하는 ‘아지지야’ 구역을 요새화했다.
카다피의 아들 7명이 지휘하는 민병대와 카다피 친위 용병부대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이 반정부 세력 색출에 나서면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게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한 트리폴리 주민은 “무장한 용병이 도처에 퍼져 있어 창문이나 문을 열 수도 없다”며 “저격수들이 인간 사냥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트리폴리는 말 그대로 피바다로 변했다”고 증언했다.
리비아군이 또 24일 오전 9시부터 수도 트리폴리로부터 50㎞ 떨어진 자위야의 이슬람 사원에 대공 미사일 공격을 한 것은 시위대의 수도 진입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카다피가 공격 직후 연설을 통해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반정부 시위대에 마약을 제공하고 있다”며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과의 연계성을 주장했다.
파리에 체류 중인 전직 카다피 의전비서관 누리 엘 미스마리는 “사망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트리폴리 해방’을 외치는 반정부 시위대는 25일 트리폴리 시위 과정에서 친(親)카다피 세력과 유혈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방구’ 벵가지=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 된 벵가지에선 카다피가 지난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카다피의 벵가지 자택은 난장판이 되었고, 군기지 주변에서 주민들은 차를 몰고 와 자축했다. 가디언은 주민들이 “카다피가 수일 내, 혹은 수주 내 물러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벵가지 외에도 토브루크 등 동부 해안의 키레나이카 지방과 리비아 3대 도시 미수라타도 장악했다. 미수라타에서 트리폴리까지의 거리는 약 200㎞에 불과하다. 아랍연맹 주재 리비아 대사를 지낸 압델 모네임 알 호니는 “카다피의 몰락은 시간문제”라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