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채소·생선·서비스료…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입력 2011-02-24 18:03
서울 돈암동 J미용실 단골고객인 황모(29·여)씨는 최근 두 달여 만에 머리를 다듬으러 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만8000원이던 커트 값이 2만5000원으로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황씨는 “1000∼2000원도 아니고 한꺼번에 7000원을 올릴 수 있냐”고 푸념했다.
삼겹살을 즐겨 먹는 20대 회사원 강모씨는 예전처럼 양껏 고기를 먹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강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식당에 가면 3인분을 먹었는데 구제역 사태 후 돼지고기 1인분이 7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라 2인분만 먹는다”고 말했다.
설 대목에 치솟았던 물가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쪼들리고 있다.
구제역 사태로 돼지고기 값이 급등한 데 이어 폭설과 혹한으로 채소 값과 수산물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에는 물가 상승세가 개인 서비스 요금으로 확산되는 등 일부 공공서비스 요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값이 오르고 있다.
대구에 사는 주부 김모(43)씨는 “구제역 등으로 고기와 우유 값이 오르고, 냉해로 인해 채소 값이 들썩이는 데다 서비스 요금까지 오르면서 정신이 없다”면서 “요즘은 정말이지 밖에 나가기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는 전국 어린이집 보육료가 2∼6% 올라 가계의 주름살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두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있는 주부 윤모(35·대전 둔산동)씨는 다음달부터 보육료가 2.3% 오른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집 보육료까지 인상돼 가정경제에 부담이 크다”며 “보육료와 특별활동비 등 한 달에 80만원 가량을 어린이집 보육료로 내고 있는데 다음 달부터 어떻게 꾸려갈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1주일에 한 번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박모(44·여·전북 전주시 효자동)씨는 “불과 1주일 사이에 1㎏당 2780원이었던 감자가 3080원으로 300원 올랐고, 고구마는 1㎏당 3900원에서 4200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온통 물가가 올라 마트에서 물건 집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의 경우 3500∼4000원선을 유지하던 목욕비가 올들어 평균 1000원 정도 올랐고, 취사용 도시가스 요금은 최근 1㎥당 712.66원에서 775.89원으로 8.9% 인상됐다.
주말이면 동네 목욕탕에서 직장 생활의 피로를 풀던 김종철(51·광주 매곡동)씨는 “3500원하던 목욕비가 얼마 전부터 4000원으로 오른 것도 모자라 목욕탕 내 이발소 요금도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라 주말의 즐거움이 사라지게 생겼다”고 인상을 찡그렸다.
강주화 기자, 대전·전주·광주=정재학 김용권 장선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