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유혹에 로펌으로 몰려가는 판사들
입력 2011-02-24 17:59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최근 사직한 법원장과 부장판사 등 퇴직 법관 12명을 영입했다. 김앤장은 매년 판사 출신 법조인을 6명 정도 뽑았는데, 올해는 고위직 위주로 선발인원을 배로 늘렸다.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에 대비한 것이라고 하지만 들리는 말로는 오겠다는 판사들이 그만큼 많았다고 한다.
법률회사가 유능한 변호사들을 확보하려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불편하다. 청문회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로펌에서 월 1억원씩 받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게 지난달이다. 이들은 또 얼마나 월급을 받기에 저렇게 우르르 달려가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관 출신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그제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법관 퇴임 후 로펌에 가면 1년에 100억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지난해 퇴임 때 로펌들이 제시한 자신의 몸값을 이야기했다. 월급으로 따지면 10억원에 가까운 돈이다. 어느 누군들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변호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 로펌의 러브콜을 뒤로하고 서강대 석좌교수를 택했다.
로펌들이 거액의 연봉을 주면서 전직 법조인을 영입하는 이유는 뻔하다. 주는 것 이상의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관예우다. 그들을 앞세우면 질 재판을 이기고, 구속될 사람이 풀려나고, 중벌을 받을 사람이 가벼운 처벌로 그치는 것이다. 그 대가로 로펌은 거액 연봉을 주고도 남는 막대한 수임료를 챙긴다. 그러면서 사법정의는 점점 빛을 잃어간다.
김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말 한대로 퇴임 후 변호사 업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전관예우를 없애는 것은 힘든 일이다. 모든 법조인들이 김 위원장처럼 돈의 유혹에서 초연해지기를 기다리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반사회적인 관행을 계속 안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위원장도 근절 의지를 내비쳤지만 대법관 출신이면서 공직자 비리와 부패 척결 업무를 맡고 있는 그가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말만 나왔다가 흐지부지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