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창수號 출범 전경련 혁신 계기되길

입력 2011-02-24 17:55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4일 정기총회를 열고 재계 서열 7위인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사임한 1999년 이후 12년 만에 중량급 대형 그룹사 회장이 수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전경련은 한국경제 성장 신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개발연대 전경련은 재계의 맏형으로서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회원사를 독려하면서 경제성장에 앞장섰다. 현재 67개 업종별 단체와 435개사가 회원사로 가입돼 있을 만큼 재계를 대표하는 민간 종합경제단체로 자라났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크게 훼손됐다. 대기업들의 만성적인 차입경영이 위기의 한 원인으로 제기된 데다 기왕의 대기업 지원 일변도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전경련은 구심력을 잃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꺼리면서 회장 선출에도 애를 먹을 지경이었다.

일본게이단렌(日本經團連)이 국가적 어젠다를 개발, 선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지난 10여년 동안 전경련은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경련의 쇄신은 그만큼 절실하다.

허 회장은 취임사에서 “자유시장 경제 창달과 국민경제 발전이란 전경련의 존립가치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전경련이 앞장서서 경제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하겠다” 등의 포부를 밝혔다. 시의적절한 문제인식이라 하겠다.

저출산·고령사회, 양극화, 복지, 국제화, 민·관 혁신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전경련은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위원회에 맡겨둘 일이 아니라 전경련이 직접 나서서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신임 회장 취임을 계기로 전경련은 재계의 이익단체로서가 아니라 국민경제의 바람직한 장래를 설계하는 민간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한다. 전경련의 혁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