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 평가] 국격 높인 G20 회의·세일즈 외교 ‘후한 점수’
입력 2011-02-24 17:48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 평가에서 외교 분야는 경제와 함께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금이 갔던 한·미 동맹을 최상의 관계로 끌어올렸고,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하지만 미국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단선적 외교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중장기 외교전략 부재는 해결해야 될 과제다.
◇국격 제고·세일즈 외교 성공=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3년간 외교 정책의 하이라이트였다. 세계 ‘슈퍼 파워’ 정상들이 모인 회의를 무난히 치러내면서 국격 제고라는 핵심 목표에 크게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선진 주요 8개국(G8)이 아닌, 아시아 국가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우리 정부의 제안으로 개발 의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한 것도 외교적 성과로 꼽힌다. 내년 회의에는 50여개국 정상이 참석해 한국으로서는 역대 최다 정상이 모이는 국제회의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방한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찰떡(sticky rice cake)궁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북핵 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한·미 공조는 긴밀히 유지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담화를 통해 병합이 강제적으로 이뤄졌음을 간접 시인하는 등 한·일 관계 역시 더욱 긴밀해졌다는 평가다.
경제·통상 분야에 초점을 맞춘 ‘세일즈 외교’도 연착륙하고 있다. 중남미·중동·아프리카에서 활발한 자원외교가 이뤄졌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여외교도 확대되는 추세다.
◇단순 외교 한계=그러나 천안함·연평도 사건 외교전에서 우리 외교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두 사건 발생 이후 국제사회를 향한 대대적인 외교전을 벌이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강력한 대북 규탄 성명과 새로운 제재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은 결국 ‘북한’을 명시하지 못한 맥 빠진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 그쳤다. 연평도 사건 역시 믿었던 러시아가 한국의 연평도 포사격 훈련을 막기 위해 안보리 논의를 긴급 소집하면서 ‘뒤통수’를 맞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미·일대 북·중’이라는 이분법적 단순외교를 지향한 데 따른 외교적 실패라는 지적이다. 미국에만 의존한 외교 전략이 중국과 러시아가 심정적으로 북한 편들기에 나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0월 취임 시 복합외교 전략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외교전략 부재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지난 8일 외교부 청사에서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열린 복합외교태스크포스(TF) 최종 보고서 설명회에서 문하영 재외동포영사대사는 “5년, 10년 뒤 과연 네팔에서 우리 외교의 목표가 무엇인가 생각하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때도 계속 히말라야 조난자만 구조할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손열 교수는 24일 “미·중 간 세력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우리는 양자택일의 외교를 강요받을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 같은 단선적 외교 전략으로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