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 평가] 핵실험·천안함·연평도… 남북 ‘대결 구도’ 고착화

입력 2011-02-24 17:47


(3) 대북정책·외교

이명박 정부 3년 동안의 남북관계는 ‘대결 구도의 고착화’로 요약된다. 남북관계는 거의 파탄지경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기 초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이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은 현재까지도 중단된 상태다.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 2차 핵실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의 강도가 세지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교류가 끊겼다. 우리 정부 정책은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 집중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국민들은 북한의 도발에 가슴 졸이고 있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정부로서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상적인 남북관계로 가기 위한 ‘과도기’일 뿐이라며 사태의 책임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원칙 없는 대북정책으로 돌린다. 지난 10년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 감수해야 할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180도 다른 대북 접근법=지난 정부와 현 정부 모두 북한이 비정상이므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접근법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남북 접촉이 심화된다면 북한도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북한에 뺨을 몇 대 맞더라도 결과적으로 남한이 이득을 본다는 계산법이다.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면서 북측 지도부가 경제적 이득을 가져갔지만 남북 민간인들의 접촉이 잦아지고, 해당 지역 군부대가 후방배치 되는 등 보이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하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반면 현 정부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거래 관계로 남북관계를 바라본다. 이 대통령 특유의 성과주의가 깔려있다는 평가다. 지난 정권 때 이뤄진 천문학적 지원이 결국 북한의 군사력 강화로 연결됐다는 인식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원칙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비핵·개방·3000’에서 예고됐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수순에 돌입하면 남측과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경제를 개방하고, 그 결과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이 3000달러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대북 지원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원칙은 취임 초부터 현재까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북한이 비핵·개방·3000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관계 파탄’의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남북관계가 꼬이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통일·국방·외교 정책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짜임새 있게 돌아가야 한다”면서 “지난 정부에서는 통일부문이 나머지 둘을 압도했고, 지금 정부는 외교·국방에 너무 힘이 쏠려 있으며 통일 쪽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비핵·개방·3000’에서 ‘붕괴론’으로?=이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구상은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임기 내 실현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많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실질적인 남북 대화는 올해 이뤄져야 한다. 상반기 안에 비핵화 대화에 돌입해도 빠듯한 일정이다. 그러나 이달 8∼9일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되면서 확인됐듯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문제 해결을 사실상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로 가는 관문으로 삼고 있어 더욱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최근에는 정부가 비핵·개방·3000보다 붕괴론에 더 무게를 싣는 눈치다. 지난해 12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다면 2∼3년 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올해 정책 방향을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쪽으로 집중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연합 군사훈련을 펼 계획이다. 정부는 북한에 붕괴하기 싫으면 백기 들고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 정부가 그동안 보여줬던 대응 능력을 고려하면 미덥지 못한 측면이 많다”며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남북 경색으로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어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