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성산학교’ 운영하는 이충우 이사장… 이젠 무슬림도 “선생님 저도…”

입력 2011-02-24 17:47


수난 받는 파키스탄 기독교인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한국인이 있다. 똑 소리 나는 교육 운영과 철저한 학사관리, 세심한 복지 등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무슬림 학생들도 줄을 선다. 파키스탄 제2의 도시 카라치에서 성산학교(Holy mountain school)를 운영 하는 이충우(56) 이사장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마찬가지로 카스트제도가 남아 있고 하류 계층엔 크리스천들이 많이 분포돼 있습니다. 이들은 조상 때부터 차별을 받아 왔고 교육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설사 교육을 받더라도 신분 상승이 어려워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성산학교는 이들의 자녀를 교육해 생각과 삶을 바꾸고자 합니다.”

2003년 문을 연 성산학교는 카라치 시내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후미진 마을에 위치해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계획한 신도시 부지로 8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전기나 수도, 가스시설도 없었다. 영세한 기독교인 주민들이 주로 모여 살았다. 이 대표는 이들을 위해 학교를 시작했다.

학교의 모토는 ‘배워서 나누어 주자(Let’s learn and contribute)’다. 소망을 잃은 기독교인에게 “우리도 배워서 남에게 나눠 줄 수 있다”고 격려한 것이다. 현재 학생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280명.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학급마다 레벨을 정해놓고 성취도에 미달할 경우 유급시킨다. 영어는 물론 한국어도 배운다. 음악과 미술, 컴퓨터도 익힌다. 출석을 중시해 성실한 사람을 배출하는 데 주력한다. 학교 안에 소규모 보건소도 운영, 학생과 가족을 위한 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쯤 되자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무슬림 학생들도 입학시켜 달라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유치원 신입생은 총 47명이 선발됐는데 무려 5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다. 학교는 매년 유치원생을 뽑아 고등학교까지 교육시킨다. 졸업생들의 진로를 위해 이화여대와 부산외대, 상명대 등과도 협력 중이며 한국 기업과도 연결해 졸업 후 일자리도 알선하고 있다.

지금의 교사(校舍)는 2005년 완공됐다. 4층짜리 건물은 이 이사장이 직접 설계해 건축자재를 사다가 지었다. 건축을 전공한 그가 직접 나선 것이다. 현재 증축 공사가 한창이다.

“하나님이 깔아놓은 멍석에서 일한다는 생각입니다. 교육을 통해 나라를 바꿀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슬림에게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 더욱 좋겠지요.”

카라치(파키스탄)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