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너무 다른 두 도시의 ‘속살’… ‘파리 느리게 걷기·런던 느리게 걷기’ 펴낸 최병서 교수
입력 2011-02-24 18:06
최병서(59)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조예가 남다르다. 그동안 ‘영화로 읽는 경제학’(2001·형설출판사)과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2008·눈과마음) 등을 펴내며 영화와 미술, 음악 등에 관심을 보여 온 그가 이번엔 파리와 런던의 인문학적 향취를 듬뿍 담은 문화예술 에세이집 ‘파리 느리게 걷기’와 ‘런던 느리게 걷기’(기파랑에크리)를 동시에 출간했다. 미국 뉴욕에서 인간자본과 노동시장에 대한 실증분석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학자가 유럽을 대표하는 2대 도시의 예술적 진가를 꼼꼼하게 소개한 책이어서 이채롭다.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 교수는 책을 낸 계기를 한마디로 “답답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파리와 런던을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 똑같았어요. 열에 아홉이 파리에서는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베르사유궁전에 가고 런던에서는 웨스트민스터사원과 버킹엄궁전을 들렀다 저녁에 템스강변을 걸었다는 게 고작이었죠. 학자로서 일반인으로서, 진짜 파리지앵(파리 사람)이 실제 어떻게 살고 런더너(런던 사람)가 뭘 즐기며 사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제 여행책에 나온 코스대로 다른 관광객 뒤꽁무니만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21세기에 맞는 신(新)서유견문록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는 헤밍웨이의 ‘파리에서의 7년’과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에서의 밑바닥 생활’,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등 세 권의 책을 읽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2005년부터 파리와 런던의 뒷골목을 샅샅이 산책하듯 거닐며 양파껍질 벗기듯 두 도시의 매력을 살폈다. 여유를 갖고 살펴보니 프랑스 여인은 왜 살이 찌지 않는지, 런더너가 왜 살이 찔 수밖에 없는지, 파리와 런던 간 색조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 숨겨져 있던 두 도시의 모습이 드러났다.
총 29편으로 구성된 ‘파리 느리게∼’에서는 파리 카페에 왜 웨이트리스가 없는지 고찰하거나 몽마르트 골목길에 숨겨진 예술가들을 찾아가고, 소매치기를 보는 파리지앵의 독특한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24편의 런던 편에는 자연채광이 아름다운 위그모어 홀에서 듣는 커피 콘서트와 가장 영국적인 축제인 프롬스와 윔블던 대회, 케임브리지에서 꼭 들러봐야 할 작은 두 식당 등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미군 폭탄제거반을 다룬 영화 ‘허트 로커’로 2010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탄 캐슬린 비글로가 수상소감에서 ‘나는 관객들에게 그들의 군화를 신겨주고 싶었다’고 한 것처럼 나도 독자들에게 내 책을 운동화 삼아 런던의 아가사 크리스티의 집에서 느꼈던 감흥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